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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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918년~1392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먼저 Korea가 생각나고, 고려 인삼, 무인, 불교, 고려청자 등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개경’은 어떠한가? 개성상인, 선죽교, 개성공단 외에는 딱히 아는 것이 없다. 더군다나 개성 음식이라면 더욱 문외한이다. 


 수없이 많은 사극과 영화는 조선 시대, 한양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가끔 고려에 대한 드라마도 있지만, 훨씬 더 부족한 편이다. 아무래도 관련 문헌이 많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려인의 호방한 기질, 자유로운 성품 등을 잘 느낄 수 없다. 또한 고려의 수도 개성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낯설게 느껴진다.


 개성은 고려의 500년 수도였고, 예전에 송도, 개경으로 불렸다. 유명한 기생 황진이의 고향은 개성이고, 당시 개성에는 관기제도가 있어서 기방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개성 음식은 화려하고, ‘술의 안주’로서도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개성 음식의 화려함 역시 기방 음식 문화의 발달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 p21


 그렇다고 개성 음식이 자극적인 것이 아니다. 남쪽의 음식이 짜고 맵다면, 북쪽의 음식은 싱겁고 심심한 맛인데, 개성은 그 중간에 있다고 한다. 적당히 간이 맞고, ‘중용’의 도를 잘 지킨 것이다. 요새 음식은 너무나 자극적인 것이 많아서 쉽게 유혹을 받지만, 또한 쉽게 질리기도 하다. 더군다나 건강에는 좋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 ‘고유의 맛’을 살린 개성 음식이 그야말로 건강한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다. 


 “개성은 한반도의 중간에 위치한 도시로 이러한 지리적 조건이 고려의 수도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작용하였겠지만 음식 맛에서도 역시 중용에 해당하는 치우치지 않은 맛을 드러낸다.” - p18 


 고려는 불교가 국교였기 때문에 짐승에 대한 무분별한 살생이 금기시되었다. 따라서 고려인은 곡물을 주로 많이 먹었고, 벼, 맥류, 콩류, 조, 기장, 피 등이 주식이었다. 또한 쌀은 세금으로 사용될 정도로 귀했다. 귀족은 햅쌀을, 일반 서민들은 묵은쌀을 먹었다. 살생은 금지되었지만 육류를 아예 먹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돼지, 양, 닭, 물새, 사슴, 멧돼지 등을 먹었다. 때로는 소와 말도 필요 없을 때 먹었다. 


 고려 말기에는 원나라의 영향으로 육식 문화가 발달했다. 원으로부터 육식 조리법을 배우면서 고기를 국물과 함께 먹었다. 원나라에서 영향을 받아서 곰탕이 생겼고, 이것이 설렁탕, 육개장, 갈비탕의 원형이 되었다. 


 특히 신분에 따라서 음식이 달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법령으로 정할 정도였다. 또한 현재 한식의 기본이 되는 밥과 국. 이러한 조합은 고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국으로는 토란국, 아욱국, 다시마 국, 미역국 등이 있었고, 콩나물과 두부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불교의 발전으로 다도, 즉 차 문화가 발달했고, 한과도 이 때 생겼다. 왕실에서 왕은 곧잘 연회를 베풀었는데, 이러한 연회도 화려한 음식 문화를 꽃피우는 데 도움을 줬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연회는 나중에 사회의 폐해가 되기도 했다. 권무가의 잔치 때는 몇날 며칠씩 노래하고 취하기가 예사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러한 문화가 지나친 소비를 유발해서 왕명으로 규제를 했을 정도다. 


 또한 개성에는 ‘개성상인’이 있었기 때문에 부를 일군 부자들이 많았다. 이러한 배경도 개성 음식 문화를 발달하게 만들었다. 


 “개성 음식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개성상인들을 배경으로 넉넉하고 여유롭게 발전할 수 있었다.” - p20 


 개성상인은 고려 인삼과 청자를 주변국에 널리 알렸다. 또한 개성에는 수많은 외국 상인들이 드나들면서 다양한 음식을 전했다. 설탕, 후추는 송나라와 교역을 통해서 들여왔다. 반대로 고려의 음식 문화 중에서 원나라에 전해진 것은 ‘상추쌈’이다. 원나라에 강제로 보내진 공녀들, 고려 풍속을 전했는데, 이를 ‘고려양’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이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해서 상추를 심어서 먹었고, 그것이 원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 


 고려청자는 귀중한 유물이지만, 당시에는 음식을 담는 보통 ‘그릇’이었다. 서민들도 청자로 된 그릇을 사용했다. 이 그릇에는 다양한 개성 음식이 담겼다. 개성편수, 보 김치, 장떡, 집산적, 설렁탕, 닭볶음탕 등 정말로 다양하다. 물론 이 음식들 중 대부분은 맛 볼 수가 없어서 책에 나온 그림을 토대로 맛을 상상해 본다. 


 이 책의 내용이 대부분 왕실과 귀족과 같은 상류층의 음식 문화를 다루지만, 서민층에 대한 음식 문화는 기록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고단했던 것은 사실이다. 노비가 때로는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늘 먹을 것이 부족해서 나무 열매와 잎으로 연명했을 정도다. 이는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서민의 삶은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책의 제목답게 개경은 아마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될 것 같다. 고구려, 신라, 백제의 영토에 있었고, 고려의 수도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경은 한반도의 중심이 되고, 또한 음식 문화도 재조명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개성 음식을 알게 되었고, 또한 음식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릇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개성음식이 ‘개성 있는 음식’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독특하면서 공감이 간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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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클래식 1 - 1일 1클 : 추천 음반과 함께 하는 클래식 일지 오늘도 클래식 1
김문관 지음 / IDEASTORAGE(아이디어스토리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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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한 음악학자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이후 150년 간 작곡된 교향곡이 몇 곡인지를 연구해보니 무려 1만3000여곡이나 됐다고 한다. 그러나 21세기 현재에도 공연 무대에 오르고 음반으로 제작되는 교향곡은 300여곡에 불과하다.” - p5 

 

 문득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구입하신 클래식 LP판 전집이 기억난다. 꽤 고가로 구입한 것이라서 어머니와 말싸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클래식 전집의 음악을 좀처럼 듣지 않으셨고, 거의 새것처럼 방치하셨다. 결국 내가 한 장씩 꺼내서 들은 기억이 난다. 꽤 잘 만든 앨범 재킷, 그리고 설명서도 상세하고 좋았다. 지금은 없지만 아마 계속 갖고 있었다면 값어치가 상당했을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자발적 조기 교육으로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가끔씩 듣는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다.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크게 방해를 받지 않는다. 

 팝송, 포크 송, 록, 헤비메탈, 댄스, 랩, 힙합, 재즈, R&B 등 다양한 음악의 역사가 적게는 50년부터 길게는 100년 이상이 되었지만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수백 년으로 훨씬 길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도 당시에는 대중음악이었다. 일반 백성부터 귀족에게까지 널리 사랑을 받았다. 이 때 작곡가, 연주자, 성악가도 ‘아이돌 스타’였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은 클랙식 음악이지만 지금까지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은 300여 곡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전’의 의미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책이 있다. 그러한 책을 진정한 고전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 유명한《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 모차르트는 천재로, 살리에르는 범재로 묘사된 이유가 이와 같다. 모차르트의 곡은 현재에도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살리에르의 곡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선율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 책 《오늘도 클래식》의 저자는 클래식 마니아다. LP 판을 무려 5,000여 장을 소유하고 있다. 언젠가는 음악 감상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데, 꼭 그 꿈을 이루셨으면 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날짜별로 클래식 세계에서 벌어진 일을 짤막하게 다루고 있다. 1월 1일, 1월 2일에는 클래식 역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고, 다음은 음악가별로 저자의 추천 앨범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서 책을 읽어도 되고, 아니면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봐도 된다.


 얼마 전에《헤비메탈 계보도》를 통해서 록의 역사와 다양한 록 음악을 접했다면, 금번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주자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오늘은 이 음반’에 언급된 앨범에는 QR 코드가 있어서 음악을 바로 검색해서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음악 중에서 독일 작곡가 막스 부르흐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1838년 쾰른 출신인데, 유명한 곡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 곡들이 굉장하다고 한다. 특히〈콜 리드라이〉곡은 쓸쓸하고 서글픈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음악을 듣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만큼 감성이 충만한 곡이다.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버전은 거장 파블로 카잘스의 오래된 연주다. 깊은 감정이 느껴지면서도 일말의 흐트러짐이 없이 담백하다.” - p23 


 나는 장한나 첼리스트(지금은 지휘자)의 연주 버전을 들었는데, 역시 좋았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을 정도로 멜로디와 감성이 너무 좋다.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도 처량하고 서글픈 느낌이다. 31세에 요절한 가곡의 왕은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괴로움을 곡에 녹여냈다.〈겨울나그네〉는 연가곡집으로 무려 24개의 노래로 이루어져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노래들로 구성해서 엮은 것이다. 그의 가난과 불행한 삶은 이 노래에 그대로 투영되었고, 사망하기 1년 전에 이 작품을 남겼다. 한스 호터의 바리톤, 제랄드 무어 피아노 연주로 1954년 발매된 앨범을 들어봤다. 마치 눈앞에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들판을 가로지는 모습이 상상된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 p31 


 전에는 잘 몰랐던 음악가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위대한 집시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조르주 치프라는 “초절기교 피아니즘”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그 유명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비행 편곡을 연주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그의 연주곡을 들어보면 이러한 찬사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천재 음악가는 시대를 잘못 만나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포로가 되기도 하고, 강제수용소에서 중노동을 하다가 오른 손목 인대가 늘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오른손 손목에 밴드를 하고 연주했다. 연주자로서 승승장구 했으나, 아들이 1981년 아파트 화재로 사망한 후 몇 년 동안 술을 마시면서 피아노 연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고, 기교도 예전같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생의 화려함과 절망을 거듭 겪은 인생이었다. 


 이 외에도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소화하기는 힘들고 매일 조금씩 거장들을 만나야할 것 같다. 


 클래식은 LP판으로 들으면 왠지 더 매력적이다. 치지직 소리도 나고, 가끔씩 LP 튀는 소리도 좋다. 물론 깔끔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싫어하겠지만, 적어도 클래식 음악은 LP판에서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왠지 옛것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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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 뼈 -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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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의사 분들이 쓴 책을 종종 읽었지만 주로 의학지식을 가르쳐주는 실용서였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의사이면서 저자인 황신언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을 의학적인 지식과 잘 접목을 했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이다. 


 저자는 이미 산문집을 썼을 정도로 문학적인 소양이 있고,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4년의 시간을 보냈다. 주로 레지던트 때 글을 썼고, 전문의가 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하면서 그것을 32편의 몸에 대한 기록으로 완성했다. 저자의 유쾌 발랄한 문체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나는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느낀 후 빠르게 메모하며 적어 내려갔다.” - p7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저자와 같이 나도 내 몸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밖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우리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몸’이다. 이 몸에서 각자의 신체부위가 자신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신체 기능 중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흰 머리카락이 늘고, 등산할 때는 가끔씩 무릎이 아프고, 또 어떨 때는 고관절에 통증이 올 때도 있다. 상자를 무리하게 들다가 허리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시력이 안 좋아서 눈을 보호하는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눈, 치아, 목, 어깨 근육, 허리, 고관절, 무릎, 심지어 발바닥이 관리 대상이고, 내장은 다행히 위궤양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잠재적인 당뇨병, 고지혈증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같이 나도 내 몸을 하나씩 점검하게 된다. 사실 우리의 몸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히 의식을 하지 않으면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미래의 자율 주행차와 같이 우리의 몸은 내가 의식을 안 하더라도 본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몸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통증’을 주고, 반항을 시작한다. 


 저자는 이러한 몸에 대해서 독특한 표현을 많이 쓴다. ‘욕망의 불꽃으로 점화된 촛불처럼’ 입술 이야기, ‘그래, 밥은 배불리 먹었니?’ 위장 이야기, 얇은 살가죽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니 ‘피부 이야기’, 인체를 이루는 206개 뼈 사이에서 ‘뼈 이야기’. 


 저자의 레지던트 시절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각막을 채취한 경험이 인상적이다. 


 “나도 각막을 채취한 경험이 있지만, 돼지의 눈으로 실습한 것이어서 사람의 눈과는 달랐다. 사람의 눈은 분명 의미를 감추고 있다. 애모, 질투, 애련, 경멸... 너무도 많은 생각이 눈동자를 타고 흐른다.” - p40 


 인간이라는 존재도 결국 죽고 나면 뼈와 살만이 남을 뿐이다. 영혼의 불꽃이 꺼진 눈에는 아무런 생명이 없다. 제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또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결국 남는 것은 뼈와 살뿐이다. 우리는 이 뼈와 살을 지탱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시간이 더 흐르면 뼈만 남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뼈와 살을 지탱하고, 만족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어차피 몸속에 들어가면 똑같지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운동한다. 죽으면 다이어트의 의미도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복잡한 신체 기관과 다르게 인생이라는 것이 굉장히 단순하게 느껴졌다. 지금 자판을 치는 나의 손가락, 화면을 바라보는 눈, 생각하는 뇌. 그리고 그 와중에 기쁨과 희열을 느끼게 만드는 뇌 속의 호르몬. 지적 만족과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책을 쓰고, 글을 읽지만 그것도 살아생전일 때뿐이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이 1년, 10년, 30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살면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 나의 신체기관의 행복(?)을 위해서. 


 저자의 ‘입’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입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항상 놀란다. 이토록 작은 구강에서 혀끝의 말 몇 마디가 분쟁을 일으키고, 재앙을 불러오고, 비극을 뱉어 내다니.” - p90


 우리의 입은 신체 기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입을 통해서 음식을 먹고, 또한 사랑도 나눈다.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의 의사 표현을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입은 중요하고,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뼈는 우리 몸의 하드웨어를 지탱한다. 소중한 내장을 보호하고, 206개의 뼈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이 뼈는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동시에 한계를 만들다. 우리 인간에게 겸허함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아무리 유연한 몸을 가진 사람도 결국 뼈의 한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뼈는 인간의 생을 지탱하고 동작을 지배하는 버팀목처럼 보이지만, 진짜 기능은 외적으로 한계를 긋는 것이다.” - p299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신체 기관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에 감사함을 느낀다. 저자의 은유적인 표현과 삶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내 몸, 내 뼈’를 돌아봤으면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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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명화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베스트 컬렉션 5대 희극 5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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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명화’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작품화되어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하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햄릿》,《맥베스》,《리어 왕》,《오셀로》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 유명한《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떠한가? 


 “말리면 말릴수록 불타는 것이 사랑이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막으면 막을수록 거세게 흐른다” - 《로미오와 줄리엣》중에서 


 10대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묘사한《로미오와 줄리엣》. 내용은 원수 집안의 두 자녀가 첫 눈에 반해서 불꽃같은 사랑을 하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필체가 더해져서 너무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이 비극은 무려 400여 년 전에 쓰였는데, 여전히 수많은 극장에서 시연되고 있다. 그만큼 원작의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문득 어렸을 적 이 작품을 영화(1978년 작품)로 만난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올리비아 핫세는 ‘줄리엣’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배우인 것 같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햄릿》중에서 


 이 유명한 대사는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유행어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한 숙부, 클로디오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야기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을 죽인 시동생과 다시 재혼해서 새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들 햄릿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크게 실망하고 만다. 


 《햄릿》은 비극적인 이야기이면서 결국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를 하는 카타르시스도 느끼게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햄릿을 사랑한 여인 오필리아다. 그녀는 햄릿을 일편단심 사랑했으나, 그녀의 아버지, 폴로니우스가 햄릿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자 실성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의 많은 그림 중에서 유독 존 에버넷 밀레이의 작품이 눈에 띈다. 오필리아의 슬픈 눈빛이 살아있는 것 같다. 


 반면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은 《베니스의 상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한 여름 밤의 꿈》,《말괄량이 길들이기》,《십이야》,《뜻대로 하세요》가 그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비극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희극인데, 사실 셰익스피어 작가는 희극을 주로 쓰고, 다음에 비극을 쓰기 시작했다. 


 1564년생인 그는 처음에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자신의 체임벌린스 멘 극단을 위해서 희곡을 썼다. 이 때 비극도 썼지만, 주로 희극이 많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작품 세계는 확연히 바뀌었다. 이 때 바로 그 유명한 4대 비극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여전히 사랑을 받는 고전인 이유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을 은유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고 때로는 증오하면서 존재했다. 인간의 욕심은 인류를 더 발전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반면 자신만을 위한 ‘탐욕’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기심이 결국 ‘베니스의 상인’과 ‘맥베스’를 만들었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의심은 ‘오셀로’라는 비극을 만들었다. 


 “질투를 조심하시옵소서.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이니까요.” - 《오셀로》중에서 


 이 책을 읽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 본성은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나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선량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질투를 하고, 욕심을 부리며, 누군가를 미워한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 자신의 안에는 수없이 많은 ‘나’가 있다. 그렇다면 나를 행복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 때문이 아닌가? 


 리어왕이 자신이 통치하던 왕국을 단순히 세 딸의 효심 대결로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사랑하던 셋째 딸 코딜리아에게 왕국을 물려주면 되었는데, 그의 잘못된 생각은 모두에게 불행의 씨앗을 키우고 만다. 


 “위대한 왕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인간이었던 리어의 죽음이 있었다. 모든 감정과 정신을 소진한 후 비로소 리어는 멈추었다.” - p225


 영국의 평론가이면서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이 왜 셰익스피어를 숭배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본성을 은유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작가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의 거대한 작품에는 이러한 것이 잘 녹여져 있다.  

 

 “인도는 포기할 수 있으나 셰익스피어는 포기할 수 없다.” - 토머스 칼라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오랫동안 사랑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다루고 있고,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는 풀 수 없는 숙제와 같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그의 작품들을 읽고, 훌륭한 그림과 함께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임을 느낄 만큼 그의 표현은 거침이 없고, 섬세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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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 부자 수업 - 전 세계 1억 명의 인생을 바꾼 성공학 강의
나폴레온 힐 지음, 고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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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원하는 게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할 수 없는 일로 고민하여 신경 쓰지 않아요.” - 헨리 포드, p214


 저자는 1908년부터 20년간 성공한 사람 507명을 직접 인터뷰했고, 이를 통해서 성공 원리를 분석하고 정리했다. 이미 100여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현재와 일맥상통한다. 


 성공의 원칙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 자세’다. 앞서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도 나폴레옹 힐과의 인터뷰에서 본인도 예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 후부터는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저자 나폴레옹 힐도 같은 의견이다. 어떠한 문제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면 애초부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년 전의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지 않아도 현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도 거의 모두가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은 안 된다고 하는데, 마치 혼자 ‘꿈’을 꾸는 것처럼 자신의 비전과 미션을 믿고 나아간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 남들과 다르게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무조건인 긍정론은 위험하다. 항상 잘 안 될 수 있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은 결론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신이 원하는 것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라. 현재의 좋지 않은 상황과 역경을 즐거운 상상으로 바꿔라.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 즐거운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집중하라” - p218


 그 동안 나폴레온 힐의 책을 종종 접했지만, 이 책은 1954년 5월 시카고에서 진행되었던 ‘나폴레온 힐의 마스터 코스 강의’를 기반으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미공개 신작이라고 하지만, 그의 평소 철학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지 않더라도 나에게 마음에 와 닿는 챕터를 먼저 읽어봐도 좋다. 앞서 언급한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그 ‘무언가’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늘 듣는 이야기다. 단지 이들은 이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책은 총 17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목차만 읽어봐도 중요한 메시지를 알 수 있다. 명확한 목표, 마스터 마인드, 실행하는 믿음, 기대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습관, 호감 가는 성품, 리더십과 자기 주도성, 긍정적인 마음 자세, 자제력, 열정, 정확한 사고, 집중력, 역경으로부터 배우기, 창조적 비전과 상상력,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습관의 힘, 시간과 돈의 관리.


 이를 종합해서 보면, 6가지 성공 법칙으로 정리된다. 첫째, 명확한 목적, 둘째, 사람들의 기대 이상으로 일하는 자세, 셋째, 마스터 마인드 연합, 넷째, 창의적인 비전, 다섯째, 실행하는 믿음, 여섯째 주도적인 자세다. 


 이 중에서 리더에게는 창조적 비전과 상상력, 명확한 목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는 선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향타를 잡고,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선원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할 수 있다.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의미다. 목표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 다시 말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자기 주도적인 삶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이다.” - p172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실행력이다. 아무리 좋은 방향을 잡았다고 해도,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도 나올 수 없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이 모든 성공 철학의 원리를 아무리 잘 이해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 그저 좋은 말을 듣고 마는 것에 그치면 이 성공 철학에서 얻을 가치는 아무것도 없다.” - p171 


 마지막으로 성공은 혼자 이룰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최적의 결정을 내릴 때 이룰 수 있다. 1인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나 혼자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없다. 예를 들어서 발명가 에디슨도 모든 발명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주변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한다. 이를 ‘마스터 마인드 연합’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의 법칙’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를 배울 수 있었다. 나폴레온 힐이 제시한 성공의 규칙은 이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강조한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유의 책이 나오는 이유는 이러한 규칙을 실제로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량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소화하기 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내용을 읽으면서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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