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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명화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베스트 컬렉션 5대 희극 5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명화’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작품화되어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하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햄릿》,《맥베스》,《리어 왕》,《오셀로》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 유명한《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떠한가?
“말리면 말릴수록 불타는 것이 사랑이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막으면 막을수록 거세게 흐른다” - 《로미오와 줄리엣》중에서
10대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묘사한《로미오와 줄리엣》. 내용은 원수 집안의 두 자녀가 첫 눈에 반해서 불꽃같은 사랑을 하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필체가 더해져서 너무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이 비극은 무려 400여 년 전에 쓰였는데, 여전히 수많은 극장에서 시연되고 있다. 그만큼 원작의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문득 어렸을 적 이 작품을 영화(1978년 작품)로 만난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올리비아 핫세는 ‘줄리엣’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배우인 것 같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햄릿》중에서
이 유명한 대사는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유행어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한 숙부, 클로디오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야기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을 죽인 시동생과 다시 재혼해서 새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들 햄릿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크게 실망하고 만다.
《햄릿》은 비극적인 이야기이면서 결국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를 하는 카타르시스도 느끼게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햄릿을 사랑한 여인 오필리아다. 그녀는 햄릿을 일편단심 사랑했으나, 그녀의 아버지, 폴로니우스가 햄릿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자 실성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의 많은 그림 중에서 유독 존 에버넷 밀레이의 작품이 눈에 띈다. 오필리아의 슬픈 눈빛이 살아있는 것 같다.
반면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은 《베니스의 상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한 여름 밤의 꿈》,《말괄량이 길들이기》,《십이야》,《뜻대로 하세요》가 그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비극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희극인데, 사실 셰익스피어 작가는 희극을 주로 쓰고, 다음에 비극을 쓰기 시작했다.
1564년생인 그는 처음에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자신의 체임벌린스 멘 극단을 위해서 희곡을 썼다. 이 때 비극도 썼지만, 주로 희극이 많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작품 세계는 확연히 바뀌었다. 이 때 바로 그 유명한 4대 비극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여전히 사랑을 받는 고전인 이유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을 은유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고 때로는 증오하면서 존재했다. 인간의 욕심은 인류를 더 발전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반면 자신만을 위한 ‘탐욕’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기심이 결국 ‘베니스의 상인’과 ‘맥베스’를 만들었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의심은 ‘오셀로’라는 비극을 만들었다.
“질투를 조심하시옵소서.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이니까요.” - 《오셀로》중에서
이 책을 읽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 본성은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나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선량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질투를 하고, 욕심을 부리며, 누군가를 미워한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 자신의 안에는 수없이 많은 ‘나’가 있다. 그렇다면 나를 행복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 때문이 아닌가?
리어왕이 자신이 통치하던 왕국을 단순히 세 딸의 효심 대결로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사랑하던 셋째 딸 코딜리아에게 왕국을 물려주면 되었는데, 그의 잘못된 생각은 모두에게 불행의 씨앗을 키우고 만다.
“위대한 왕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인간이었던 리어의 죽음이 있었다. 모든 감정과 정신을 소진한 후 비로소 리어는 멈추었다.” - p225
영국의 평론가이면서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이 왜 셰익스피어를 숭배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본성을 은유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작가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의 거대한 작품에는 이러한 것이 잘 녹여져 있다.
“인도는 포기할 수 있으나 셰익스피어는 포기할 수 없다.” - 토머스 칼라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오랫동안 사랑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다루고 있고,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는 풀 수 없는 숙제와 같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그의 작품들을 읽고, 훌륭한 그림과 함께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임을 느낄 만큼 그의 표현은 거침이 없고, 섬세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