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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클래식 1 - 1일 1클 : 추천 음반과 함께 하는 클래식 일지 ㅣ 오늘도 클래식 1
김문관 지음 / IDEASTORAGE(아이디어스토리지) / 2021년 2월
평점 :
“서양의 한 음악학자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이후 150년 간 작곡된 교향곡이 몇 곡인지를 연구해보니 무려 1만3000여곡이나 됐다고 한다. 그러나 21세기 현재에도 공연 무대에 오르고 음반으로 제작되는 교향곡은 300여곡에 불과하다.” - p5
문득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구입하신 클래식 LP판 전집이 기억난다. 꽤 고가로 구입한 것이라서 어머니와 말싸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클래식 전집의 음악을 좀처럼 듣지 않으셨고, 거의 새것처럼 방치하셨다. 결국 내가 한 장씩 꺼내서 들은 기억이 난다. 꽤 잘 만든 앨범 재킷, 그리고 설명서도 상세하고 좋았다. 지금은 없지만 아마 계속 갖고 있었다면 값어치가 상당했을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자발적 조기 교육으로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가끔씩 듣는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다.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크게 방해를 받지 않는다.
팝송, 포크 송, 록, 헤비메탈, 댄스, 랩, 힙합, 재즈, R&B 등 다양한 음악의 역사가 적게는 50년부터 길게는 100년 이상이 되었지만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수백 년으로 훨씬 길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도 당시에는 대중음악이었다. 일반 백성부터 귀족에게까지 널리 사랑을 받았다. 이 때 작곡가, 연주자, 성악가도 ‘아이돌 스타’였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은 클랙식 음악이지만 지금까지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은 300여 곡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전’의 의미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책이 있다. 그러한 책을 진정한 고전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 유명한《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 모차르트는 천재로, 살리에르는 범재로 묘사된 이유가 이와 같다. 모차르트의 곡은 현재에도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살리에르의 곡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선율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 책 《오늘도 클래식》의 저자는 클래식 마니아다. LP 판을 무려 5,000여 장을 소유하고 있다. 언젠가는 음악 감상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데, 꼭 그 꿈을 이루셨으면 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날짜별로 클래식 세계에서 벌어진 일을 짤막하게 다루고 있다. 1월 1일, 1월 2일에는 클래식 역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고, 다음은 음악가별로 저자의 추천 앨범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서 책을 읽어도 되고, 아니면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봐도 된다.
얼마 전에《헤비메탈 계보도》를 통해서 록의 역사와 다양한 록 음악을 접했다면, 금번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주자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오늘은 이 음반’에 언급된 앨범에는 QR 코드가 있어서 음악을 바로 검색해서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음악 중에서 독일 작곡가 막스 부르흐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1838년 쾰른 출신인데, 유명한 곡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 곡들이 굉장하다고 한다. 특히〈콜 리드라이〉곡은 쓸쓸하고 서글픈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음악을 듣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만큼 감성이 충만한 곡이다.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버전은 거장 파블로 카잘스의 오래된 연주다. 깊은 감정이 느껴지면서도 일말의 흐트러짐이 없이 담백하다.” - p23
나는 장한나 첼리스트(지금은 지휘자)의 연주 버전을 들었는데, 역시 좋았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을 정도로 멜로디와 감성이 너무 좋다.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도 처량하고 서글픈 느낌이다. 31세에 요절한 가곡의 왕은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괴로움을 곡에 녹여냈다.〈겨울나그네〉는 연가곡집으로 무려 24개의 노래로 이루어져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노래들로 구성해서 엮은 것이다. 그의 가난과 불행한 삶은 이 노래에 그대로 투영되었고, 사망하기 1년 전에 이 작품을 남겼다. 한스 호터의 바리톤, 제랄드 무어 피아노 연주로 1954년 발매된 앨범을 들어봤다. 마치 눈앞에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들판을 가로지는 모습이 상상된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 p31
전에는 잘 몰랐던 음악가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위대한 집시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조르주 치프라는 “초절기교 피아니즘”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그 유명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비행 편곡을 연주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그의 연주곡을 들어보면 이러한 찬사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천재 음악가는 시대를 잘못 만나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포로가 되기도 하고, 강제수용소에서 중노동을 하다가 오른 손목 인대가 늘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오른손 손목에 밴드를 하고 연주했다. 연주자로서 승승장구 했으나, 아들이 1981년 아파트 화재로 사망한 후 몇 년 동안 술을 마시면서 피아노 연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고, 기교도 예전같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생의 화려함과 절망을 거듭 겪은 인생이었다.
이 외에도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소화하기는 힘들고 매일 조금씩 거장들을 만나야할 것 같다.
클래식은 LP판으로 들으면 왠지 더 매력적이다. 치지직 소리도 나고, 가끔씩 LP 튀는 소리도 좋다. 물론 깔끔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싫어하겠지만, 적어도 클래식 음악은 LP판에서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왠지 옛것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