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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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벽 안에 포함되었느냐, 밖에 남겨졌느냐에 따라 번영과 결핍, 삶과 죽음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벽을 넘어 들어가고, 반대로 나가려는 사람이 생겨난다.” - p12

 

 《아메리칸 더트》라는 소설책이 있다. 이 책은 멕시코의 카르텔을 피해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모자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만큼 멕시코 국경 탈출을 생생하게 전한 책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기차를 불법으로 타고, 카르텔과 미국 국경 감시대를 피하고, 사막을 건너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멕시코 국경을 넘으면서 매년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다. 미국에서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위험한 곳을 통해서 국경을 넘는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장벽 안에 포함되느냐, 밖에 남느냐가 한 사람, 가족의 일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장벽의 시간》은 불편한 진실을 다룬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장벽을 자랑하는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철조망으로 완벽하게 장벽을 만든 후 24시간 양측의 군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쪽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가? 이들은 무엇 때문에 자유를 억압당하면서 살아야하는 것일까? 


 책에서 저자는 5개의 장벽을 다룬다. 베를린 장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 미국-멕시코 장벽, DMZ 장벽, 보이지 않는 장벽이 그것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은 보호 무역이나 무역 전쟁과 같은 국가 간의 장벽을 말한다. 


 베를린 장벽은 1961년 8월 13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설치되었다. 당시 베를린의 서쪽은 영국, 프랑스, 미국이, 동쪽은 소련(구 러시아)이 점령하고 있었다. 문제는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탈출이 계속 이어지면서, 동독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게 된다. 빠져나가는 인력들은 젊은 층이 많았고, 엔지니어, 의사 등 기술직과 전문직도 포함되어 있었다. 동독 건국 이후 매년 12만 명에서 19만 명 수준이던 이탈자 수는 최대 33만 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결국 동독 정부는 빗장을 걸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다소 허술하게 만든 바리케이드를 뚫고 주민들이 계속 탈출했다. 그러다가 10년 뒤에는 동독에서 더 견고하게 장벽을 설치했다. 


 “장벽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동독 정부는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약 150km 길이 베를린 장벽 감시에만 훈련된 경비 병력 5만 명이 필요했다.” - p61 

 

 그나마 동독과 서독은 꾸준한 교류를 이어갔다. 동독에서 이주 신청을 하면 합법적으로 서독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또한 서독인은 연간 30일까지 동독을 방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을 ‘프라이카우프’라 불리는 정책을 통해서 현물을 지급하고 데려왔다.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를린 장벽이 더 빨리 무너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1989년 11월 9일 장벽은 무너졌고, 1990년 8월 23일 독일은 통일되었다.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최연소 수상이 된 앙겔라 메르켈이 동독의 물리학자 출신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녀는 출신신분에 관계없이 사람들을 골고루 기용하면서, 독일이 재탄생하도록 앞장섰다.


 “메르켈은 대연정을 통해 정당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널리 활용했다.” - p83


 물론 통일의 후유증은 컸다. 독일 통일 이후 30년간 통일 비용으로 무려 2,700조 원 이상의 거액이 투입되었다. 실업률도 18%까지 올랐다가 6% 대로 떨어졌다. 또한 서독인을 베시, 동독인을 오시라고 해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차별하기도 한다. 고작 40년간의 분단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미 70년 가까이 분단을 겪고 있는 한반도는 어떠한가? 막대한 통일 비용도 문제지만, 국민 정서도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조선족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출신, 남한 출신으로 서로 간에 차별이 더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DMZ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의 어느 장벽보다도 견고하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각각 2km씩 자기 진영 쪽으로 물러나 비무장지대 DMZ를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러게 만들어진 비무장지대는 서쪽은 임진강 하구, 동쪽은 강원도 고성으로 이어지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렀다.” - p259 


 물론 북한에서도 남한 뉴스를 듣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남한의 발전상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워낙 주민들을 강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통일이 어려워 보인다. 철마는 달리고 싶지만, 그 단절이 너무 길고 깊다. 


 하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 미국-멕시코 장벽은 다르다. 베를린 장벽은 서독으로 자유를 찾아서 떠나는 동독 국민들을 막기 위해서 동독이 장벽을 설치했다. 한국의 DMZ는 양측에서 쌍방의 국민들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2km의 비무장지대를 놓고 철책을 만들었다. 각자의 국가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자국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장벽을 만들었다. 즉, 동독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면, 이 두 개의 국가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이다. 국력이 막강한 이 두 나라가 장벽을 없앨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막는다는 대의명분으로 장벽을 설치했지만, 여전히 많은 팔레스타인이 불법으로 장벽을 넘고 있고, 그 중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을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장벽은 하나의 팔레스타인을 둘로 쪼개버렸다. 가족끼리 생이별을 하거나, 또는 일자리나 생업이 장벽 너머에 있다면 매번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1947년 1월 유엔의 결정에 따라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땅을 56% 확보하고, 반면 팔레스타인에게는 남은 44%가 주어졌다. 그런데 당시 이스라엘의 인구는 30% 정도였고, 실제로 소유한 땅도 10%에 불과했다. 결국 팔레스타인에게 불리한 결정이었고, 이때부터 갈등의 씨앗이 심어졌다. 유엔의 분할 안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통해서 더 많은 땅을 확보하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지역을 차지하고 장벽까지 설치한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과거 멕시코 영토의 절반을 취한 후 현재의 미국을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아리조나 등 서부의 대부분은 멕시코 땅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무력으로 취하고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다. 물론 이 넓은 영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멕시코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를 무력과 계략으로 빼앗은 미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이후 강대국의 자리에 들어선 미국은 이민자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특히 나라의 부패로 새로운 세상을 찾는 멕시코 및 남미 국가 이민자들을 막았다. 이는 미국의 경제와 치안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굳이 장벽을 치면서 막대한 국세를 낭비하는 것은 잘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을 통해서 장벽에 얽힌 슬픈 역사를 접할 수 있었다. 모쪼록 우리나라의 DMZ도 평화롭게 개방되어서 남북이 왕래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적어도 분단 100년이 되기 전에 말이다. 


 - 한 줄 요약 : 장벽은 국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교류를 막는 악영향이 더 많다. 

 - 생각과 실행 : 앞으로 남은 장벽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장벽을 철거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DMZ는 평화롭게 개방되길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마음의 장벽을 먼저 없애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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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 CEO들의 경영철학 - 성공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
다니엘 스미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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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저자가 기획을 잘 했다. 책을 펼쳐보면 건질만한 내용도 많고, 좋은 사례도 제시하고, 책의 구성도 좋다. 자서전이나 경영서를 읽기 바쁜 분들에게 제격이다. 좋은 액기스만 골라 넣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한 사례와 가르침만 잘 따라도 값비싼 경영철학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목차만 읽어봐도 도움이 된다.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라. 스스로를 믿자. 영감과 노력. 시작은 미약하게. 계획을 세워라. 위기를 기회로. 고객은 왕이다. 물러설 때를 아는 자. 효율성을 추구하라. 부를 나누자 등 고객을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이 가득하다. 


 기업가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면서 그 과정에서 잘 대처해야 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 p7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 위의 글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기업가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기’ 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또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잘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요건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저자가 제시한 경영철학 중에서 시장의 틈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는 꼭 사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택한 직장, 학교 등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그냥 평범한 길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서 그 ‘틈새’를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여러분이 택한 시장에 틈새가 있는가? 여러분에게 혁신이라는 재능이 있는가?” - p17 


 그러한 길을 택했다면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결심을 해야 실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로, 성공하기로 결심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노력했다. 그랬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을 하나같이 자신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기로 ‘결심’했다.” - p23 


 물론 너무 ‘결과’에만 집착해도 안 된다. 결과에만 집착하다보면 안 좋은 결과에 대해서 실망하고 쓰러질 수 있다. 또한 빠른 결과를 내기 위해서 내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일을 계획하다가 실패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인용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에 공감이 간다. 즉, 앞으로 성공을 위해서 당장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꾸준히 씨앗을 심고, 노력을 하라는 의미다. 


 여러분이 거둔 수확이 아닌, 여러분이 심은 씨앗으로 매일을 판단하라.” - p40 


 이 책에서 저자가 예로든 페이스북 사례가 그랬다.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2004년 스무 살의 하버드 대학생 시절 기숙사 방에서 thefacebook.com을 처음 만들었다. 이 때 주커버그는 한 단계씩 차례를 밟아나가면서 페이스 북의 사용자를 확대했다. 2년 안에 이용자 수는 5천만 명, 2012년에는 10억 명, 현재는 약 25억 명의 사용자가 있다. 2004년에 시작한 후 10억 명에 달하기까지 8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이용하는 페이스 북의 시작은 그렇게 기숙사 방에서 미약하게 시작했다. 당시 주커버그는 8년 뒤 10억 명의 이용자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열심히 씨앗을 심고, 물을 주다 보니 그렇게 성장했다. 


 결국 이 말은 작은 성공과 실패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도 된다. 사업을 하다보면 성공을 할 수 있고, 또 실패할 수도 있다. 이 주기는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성공할 때는 실패에 대한 준비, 실패할 때는 성공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바로 ‘기업의 회복력’이라고 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회복력이 좋고, 망하는 기업은 한 번의 실패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수많은 경영대학원에서 성공 사례로 꼽는 ‘포드’사의 경우는 어떤가? 포드 회사는 단일모델 자동차를 대량 생산라인에서 성공적으로 양산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을 바꾸어 놓았다. 부자들의 취미를 대중에게 선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설립되기 2년 전에 포드가 세운 자동차 회사는 제대로 된 생산라인을 갖추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 때 헨리 포드는 포기하기보다는 이를 교훈 삼아서 새로운 회사를 세워서 성공한 것이다. 결국 포드의 자동차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경영진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자칫 잘못하면 현재 누리고 있는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처드 브랜슨은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변화하는 시장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최선의 방법은 실험해 보고 적응하는 것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실험하고, 이를 통해서 다음 사업을 계획해야 한다. 특히 요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빛과 같이 빠른 시장에서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 때문에 늘 안테나를 세우고 변화에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 오죽하면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이 그 규모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회사만큼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겠는가? 스타트업 업체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제일 조심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변화하기를 멈춘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공감 가는 말을 인용해 본다. 


 “속도와 완성도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면, 언제나 속도를 선택하세요.” - p53


 - 한 줄 요약 :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 남들과 다른 생각과 끈기, 믿음이 필요하다.

 - 생각과 실행 : 성공한 경영가의 철학은 단지 참조를 위한 것뿐이다. 나만의 성공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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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스마르크 - 전환의 시대 리더의 발견
에버하르트 콜브 지음, 김희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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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표 대결은 1848년과 1849년의 위중한 실수였습니다. 우리의 결단은 철과 피로써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 p116 


 그의 유명한 말로 철혈재상이란 불린 비스마르크. 우리는 비스마르크의 이름을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거나 또는 책을 통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프로이센과 독일 연합을 종식하고, 독일의 통일을 일궈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강력한 독일은 사실상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가 활동하던 19세기에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강국이었고, 독일 연방은 35개의 제후국과 네 곳의 자유도시로 이루어진 느슨한 결합이었다. 


 하지만 이후 국가와 사회의 제도를 정비하고 완전한 정당 체제를 갖춘 독일제국이 되었다. 수도 베를린의 인구는 비스마르크가 탄생 시(1815년) 20만 명에 불과했으나, 그가 사망했을 때(1898년)에는 이미 10배나 증가한 2백만 명에 이르렀다. 이 책의 서문에는 19세기에 독일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잘 보여준다. 한 마디로 농업국가에서 강력한 산업국가가 되었다. 1900년쯤에는 철강, 제련, 화학, 전기공업이 모두 앞서나갔다. 무엇보다 교육의 발전으로 19세기 말쯤 문맹 비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19세기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이뤄진 폭풍 같은 변화의 시기, 비스마르크가 영향을 끼친 사례는 끝이 없다.” - p18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비스마르크의 가장 큰 업적은 외교과 복지제도다. 강력한 주변국에서 독일 연방을 지켜내고, 제국을 이룰 수 있도록 ‘다극외교’를 제대로 구사했다. 사실 우리나라도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사이의 복잡한 셈속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극외교’를 잘 해야 한다. 감정에 이끌리기 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자국의 이익을 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비스마르크의 외교술은 참조할만 하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보인 비스마르크는 30대 전까지는 방황 속에 살았다. 영주 가문에서 태어나서 방탕한 삶을 즐겼다. 음주와 가무, 도박을 즐기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껑충한 키에 깡마른 체구, 머리숱 많은 밝은 금발에 얼굴에는 주근깨가 가득했던 17세 소년은 대학생 생활을 마음껏 즐겼다.” - p29 


 비스마르크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확고부동한 목표를 향해 교육과정을 밟아나갔다.” - p32 


 그는 공직에 진출한 후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여전히 방탕하게 살다가 나중에는 도박 빚으로 생활이 곤란한 지경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으로 전배를 요청했지만, 결국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서 농업에 열중했다. 주 목적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함이었다.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많은 책을 읽고, 사상적으로 더 발전하는 시기였다.


 “빚 독촉에 시달리느라 아헨에서 생활이 곤란할 지경에 이르자 비스마르크는 포츠담시 정부로 전출을 신청했으며, 이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 p35 


 “비스마르크는 이 시기 동안 괴테, 실러, 장 파울, 울란트, 하이네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서정시와 철학책을 열심히 읽었다.” - p37 


 그는 32살에 결혼(1847년)을 하고 나서 마침내 안정을 찾았다. 그는 190cm의 거구이지만, 의외로 마음은 여렸다고 한다. 겉으로는 매서운 입담을 자랑했지만, 젊은 시절에는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면서 방황의 시절을 겪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그는 통합신분제의회에 진출하여 정치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뛰어난 연설로 명성을 떨쳤다. 상당히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인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오죽하면 나중에 그의 연설문을 읽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와인을 마신 것처럼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연설은 수사학의 최고 경지를 과시할 정도로 대가의 솜씨였으며, 동시에 외교 전술의 백미였다.” - p69 


 그는 1850년 프로이센이 오스트리아와 맺은 ‘굴욕의’ 올뮈츠 협약에서 정부를 변호하면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사실 이 협약으로 프로이센은 연합을 포기하고, 프랑크푸르트 의회로 복귀해야 했고, 이면 조약으로 국경 지대에 배치한 군대를 철수해야 했다. 이로서 프로이센 주도의 독일 통일은 무산되고, 오스트리아에 주도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러한 왕과 정부를 대변하면서 그는 마침내 36세에 외교관이 되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상트페테르부르크, 파리의 외교관을 지내면서 강대국과 중소국가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을 키웠다. 또한 중요한 정치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성품과 목표, 야망도 꿰뚫어보았다. 11년의 외교관 생활 후 그가 47세에(1862년) 다시 프로이센 정부에 부름을 받았을 때, 그는 이미 유럽 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정치가가 되었다. 또한 그는 수상과 외무장관에 임명되었다. 


 “말과 표정으로 프랑스와 함께할 수도 있다고 위협을 해야 오스트리아를 견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공국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어 우리에게 훨씬 더 좋습니다.” - p91 


 이후 덴마크,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 후 1867년 북독일연방이 결성되었고, 비스마르크는 연방 수상이 되었다. 1870년에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또 다시 승리하고, 독일 남부의 공국들과 함께 독일제국을 창설했다. 그는 마침내 1871년에 통일된 독일의 제국 수상을 맡았다. 1883년에 사회보장 입법을 시작해서, 의료보험, 재해보험, 상해와 노년 보장 보험도 만들었다. 그는 제국의 수상이 된 후 20년간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리고, 각종 사회 보장 제도를 입법화했다. 


 ‘철혈재상’으로 불리고, 보수파의 우두머리로 그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반면 그를 추종하는 세력도 많았다. 무엇보다 그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숨을 쉬고 있던 독일연방을 통일해서, 독일제국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우리가 아는 독일의 모습을 갖추게 한 것이다. 


 물론 그가 만든 독일제국으로 인해서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역사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빌헬름 2세(1888년 즉위)가 비스마르크의 충고를 듣고, 무분별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1차 세계대전에 독일이 참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비스마르크의 퇴임과 더불어 균형추는 사라졌다. 이후 독일제국은 호전적인 팽창정책을 추구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붕괴하고 말았다.” - p276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 비스마르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전쟁광이 아니고, 철저히 실리를 추구한 보수주의자였다. 전쟁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구했고, 이를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저자는 그가 이루고자 했던 독일 통일과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비평과 호평을 함께 하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근대 독일 역사와 이를 둘러싼 국가들의 역사도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 한 줄 요약 : 비스마르크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독일 제국을 완수하고, 최초의 사회복지제도를 통해서 나라의 안정을 꾀했다. 

 - 생각과 실행 : 비스마르크의 ‘다극외교’ 전략은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의미 없는 전쟁이나 명분보다는 국민들을 위한 실익을 추구한 점이 본받을만하다. 또한 사회제도를 먼저 도입하여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추구했고, 국가의 내실을 다지면서 부국강병을 이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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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마인드 플래너 - 내 안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는 150가지 Q&A
수전 케인 지음, 김현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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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책을 읽고 나서 마인드 플래너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플래너는 책과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다.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려 150가지의 질문을 통해서 나의 내향성과 외향성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면 이런 말이 먼저 나온다. 결국 그동안 인류가 개발한 많은 발명품, 사상 등이 내향적인 사람을 통해서 나왔다고 한다. 물론 내향성과 외향성을 골고루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내향적인 성격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출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히려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내향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화론에서부터 반 고흐의〈해바라기〉, 퍼스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예술, 발명품들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주파수를 맞추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저자가《콰이어트》책을 낸 후에 이 플래너를 만든 이유는 자신의 기질의 장점을 찾아서 그것을 발전시키길 바랐기 때문이다. 즉, 나의 성격으로 인해서 외향적인 사람들 속에서 위축되지 말고, 나만의 주파수를 찾아서 거기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으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선언문 9가지가 마음에 든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말은 다음과 같다. 


 “외향적인 척하는 것이 도움 될 때도 있다. 그 이후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콰이어트 리더십’은 모순적인 말이 아니다. 사랑은 필수, 사교는 선택이다.”


 우리가 고독한 철학자나 사색가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생활을 위한 사교 활동이 필요하다. 외향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즐기면서 오히려 사람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반면 내향성의 사람들은 이러한 관계를 불편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가까운 사람들과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지만, 낯선 환경에서는 잘 적응을 못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외향적인 척’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다만, 너무 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고 잘 들어주고 적당히 나의 반응을 나타내면 된다. 무조건 침묵을 지키거나, 또는 그런 모임을 아예 피한다면 오히려 사회 활동을 하기 힘들다. 적당히 활동을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면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너무 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매일 술을 마시면서 남들과 어울리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지극히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위다. 따라서 공식적인 모임은 참석하지만, 되도록 의미 없이 술을 마시는 사교 활동은 피하려고 한다. 물론 가까운 선, 후배 사이나 친구, 동생들은 가끔씩 만나서 안부를 묻지만, 그것도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사교는 선택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억지로 누군가를 만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자신이 내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그 시간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 


 이 책은 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콰이어트 찾기로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고, 2장은 콰이어트 사용하기다. 1장에서는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혼자 있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노트에 적으면 된다. 그 누구의 반응도 신경 쓸 필요없이 나의 생각을 온전히 나타내면 된다. 


 플래너 중에서 ‘스위트 스폿 찾기’도 유용하다. 하루 시간 중에서 내가 에너지를 가장 많이 느끼는지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활동과 지수를 쓰면서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느끼는 지 표시를 하면, 나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내향적인 성향이 강하다면, 혼자 책을 읽을 때 에너지 지수가 높고, 회사나 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 지수가 낮을 수 있다. 즉 에너지 자극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성향을 알게 되면, 나의 에너지를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간 안배를 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너지 지수가 낮은 활동에 대한 안배도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는 피할 수 없는 행위다. 대신 활동 시간을 조정하거나 줄일 수는 있다.


 매일 날짜를 적으면서 나의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춘 활동과 시간을 안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플래너는 유용하다. 《콰이어트》책을 읽으면서, 또는 읽기 전이라도 스스로 테스트하고 적용할 수 있다. 


 - 한 줄 요약 : 나의 성향에 따라서 낼 수 있는 에너지는 다르다. 

 - 생각과 실행 :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거기에 맞춘 에너지와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모임은 줄이고, 자신의 에너지를 중요한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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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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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이 기업의 관리자라면, 직원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내향적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 p443 


 이 책에서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자신도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사회적 시스템은 외향적인 사람이 중요한 것처럼 인식되고, 조명을 한 몸에 받는다. 과장된 웃음과 몸집, 그리고 집단에 어울리지 않으면 낙오자로 인식되기 일쑤다. 

 

 이러한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단체 수업을 받는 것,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그룹 스터디를 통해서 리더십을 테스트하고, 이를 통해서 집단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일명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저자가 예로든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더욱 그렇다. 이 대학원은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배출했다. 500대 기업의 최고관리자 삼인방 중 20 퍼센트가 이 대학원 출신이라고 한다. 이 곳은 외향성의 성지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자신감이 넘치고, 목소리가 밝고 크다. 사교 활동도 많고, 단체로 여행과 모험을 즐긴다. 이러한 학교에서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자신을 숨기고 같이 외향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육의 핵심은 지도자들이 자신감 있게 행동해야 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p87 


 오죽하면 이 학교에서 내향적 성향의 학생이 들은 팁이 다음과 같다. 


 “확신 있게 말하라. 고작 55퍼센트만 믿어도 100퍼센트 믿는 것처럼 얘기하라.” - p89


 이렇게 나의 기질과 다르게 억지로 외향적인 성향을 나타내려면 스트레스를 받고, 학습 능력, 업무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 내지 2분의 1가량의 미국인이 내향적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외향적이라 알려진 미국이 그 정도면 다른 나라는 그 비율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못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서 조사를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교실이나 회사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자칫 스스로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도 큰 손해가 아닐 수밖에 없다. 


  “외향적인 아이에게 최적화된 학교 시스템이 문제다.” - p422 


 이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콰이어트’는 내향적인 사람을 암시한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을 정확히 나누기 힘들 때도 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각 사분면에 해당하는 네 가지 성격 유형이 나온다. 차분하고 외향적인 사람, 걱정 많고(충동적이고) 외향적인 사람, 차분하고 내향적인 사람, 걱정 많고 내향적인 사람.” - p35 


 즉, 빌 게이츠는 차분한 내향적인 사람인데, 대중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걱정이 많은 내향적인 사람은 대중 앞에서 부끄러움을 타고 소심해 보인다. 외향적인 사람도 무조건 충동적이고 과격한 것이 아니고, 차분한 성향도 있다. 


 이 책에서 자신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측정하는 질문이 20개 있다. 나도 테스트를 해봤는데, 11대 9로 내향성이 조금 더 높게 나왔다. 외향성도 그만큼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이렇게 내향성과 외향성을 골고루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예를 들면 이렇다. 친구가 파티를 열어서 갔는데, 정신없이 같이 어울려서 밤새도록 놀면 상당히 외향적인 사람이고, 반면 자정이 되면 슬슬 집에 가서 쉬고 혼자 있고 싶다면 내향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 중에도 밤새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겠지만, 나중에 에너지 충전을 혼자서 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서 혼자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다시 힘을 얻는 것이다. 


 내향적인 성향이 좋고, 외향적인 성향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것에는 장, 단점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예로든 연구 결과에 의하면 팀원들이 활동적인 경우는 내향적인 지도자가 이끌 때 퍼포먼스가 좋고, 반대로 수동적일 때는 외향적인 지도자가 낫다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능동적인 사람들을 이끄는 데 유달리 잘 맞는다고 지적했다. (중략)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수동적인 일꾼들과 함께할 때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 - p107


 이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많다. 내향적인 사람은 아무래도 좀 더 잘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자신이 의견을 내고 주도적으로 리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팀원들 중에는 능동적인 사람과 수동적인 사람이 섞여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편이 낫다. 즉, 외향적인 지도자는 자신의 에고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는 경청은 잘 하겠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하는 위치에 있다면 과감히 결정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협의만 계속하다보면 결정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내향성과 외향성도 언급했다. 동양인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반면, 서양인은 자신감을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인이 서양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쨌든 자신을 어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반면, 서양인이 동양인 사회에서 자신감을 지나치게 드러내면 너무 잘난 척을 한다고 안 좋게 바라볼 수 있다. 역시 동양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제스처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향적인 성격이 여러모로 좋다는 점도 많이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예로  든 아이작 뉴턴, 알버트 아인슈타인, 쇼팽, 스티븐 스필버그, 래리 페이지 등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위대한 인물들은 얼마든지 많다.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성향을 너무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책은 내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께 힘이 되는 책이다.


 - 한 줄 요약 : 내향적인 성향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를 잘 살려서 장점으로 승화해야 한다. 

 - 생각과 실행 : 외향성의 사회를 살면서 내향적인 성향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적당한 타협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성격을 억지로 개조시킬 필요는 없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많지만, 너무 과장된 웃음과 제스처를 보일 필요는 없다. 나의 정체성을 갖고 세상을 변화시키면 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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