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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연쌤의 파란펜 - 세계적 문호들의 문장론 & 이낙연의 글쓰기
박상주 지음 / 예미 / 2021년 6월
평점 :
📗 결론 및 평가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책이 아니다. 20년 넘게 기자로서 글을 다듬은 자와 20년 넘게 정치가로서 말을 구사한 자에 대한 기록이다.
이 두 가지를 가진 사람은 찾기 힘들다. 공교롭게도 이 전 총리가 이에 해당한다. 20년 넘게 기자로서 펜을 잡았고, 다섯 번의 대변인을 하면서 공당의 입이 되었다.
정치인의 평가는 진영 논리에 의한 일방적 칭찬이나 비판이 주를 이룬다.
‘꼼꼼한 일처리’는 신문기자 시절부터 국무총리 재임 때까지 줄곧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전남 영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날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된 원동력으로 꼽힌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완벽주의는 ‘인간미가 없다’는 혹평을 낳기도 했다.
태도, 언변, 이미지 등으로 차별화, 막말과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지양하면서도 이 前 총리의 호감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언변(言辯)이다.
말 기술자의 능수능란하다. 부인(否認)·모르쇠 전략, 회피·비난 돌리기 전략, 비꼬기·희화화 전략, 의미 최소화 전략, 논점 흐리기·력 공격 전략, 선의(善意) 강조 전략, 실행 불가능성의 강조 전략, 인정과 굴복 전략을 대 명수답다.
순발력과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력을 발휘하면서 ‘사이다 총리’ ‘촌철살인 총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리톤 같은 저음(低音)에다 현란한(?) 수사(修辭)로 야당 의원들의 창을 피해 간다. 이 총리의 방패는 ‘능수능란’하다. 관련 의혹을 ‘부정’하고 ‘비난 돌리기’를 하며 ‘회피(동문서답)’ ‘최소화’ ‘역공격’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어 전략을 구사한다.
좌우 이념을 떠나 다양한 지지층을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과, 이미지가 한번 무너지면 고공행진 중인 그의 지지율도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는 단점이 공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잡한 사안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하는 직관적 화법이라기보다는 ‘언변 기술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팩트(fact)’, 정치인의 말은 ‘임팩트(impact)’여야 한다. 사실을 전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총리는 기자와 정치인을 모두 경험했다. 21년간 기자 생활을 했으니, 말과 글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잘 아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 총리에게 지적되는 말의 ‘능수능란’ ‘촌철살인’은 야당 의원을 자극하게 만든다. 때로 진솔함과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말이 중요한데,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이 이야기의 허점을 파고들어 역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재치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살리는 ‘말 펀치’다.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날 선 국회의사당에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이다 발언’이나 재치는,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총리의 자세는 아닐지 모르지만 국민을 대신해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물음에 총리가 허점을 파고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말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솔직함은 겸손이고, 두려움 없는 용기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누구나 솔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은 현란한(?) 방어 전략보다 어눌할지라도 솔직한 겸손에 박수를 보낸다.
콘텐츠가 제로(0)인데 느린 말투지만 또박또박 국민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연설에 능수능란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실력이다.
그의 글과 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형용사와 부사가 낄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의 글과 말은 생각과 연결되고 생각은 삶과 연결된다. 그의 삶은 명사요, 동사이다. 때론 (이순신처럼) 쓰고, (볼테르처럼) 말하고, (한비자처럼) 생각한 그의 언어 내공을 들여다보자.
이 책을 읽고나서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없다. 잘하지 못해도 누구나 할 수는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말해보고 쓰자. 말하듯이 쓰자. 이렇게 권하는 이유는 말하기가 글쓰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말을 먼저 배웠다.
그러나 누구나 백지 앞에 서면 초라해진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는 한 척의 배가 된다.
글쓰기에 관한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쉽게 가르침을 주는 좋은 책이다. 여러 사례를 들어 안내하고 있고 강조하고 있다. 잘 쓰려면 잘 말해야 하고 말을 잘 하려면 잘 써야 함을 주장하면서 독자들에게 말하듯 쓰고 쓰듯 말해 보라고 제시하고 있다.
글이나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무척 좋은 글쓰기 방법들을 이 책을 통해서 얻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어떤 식으로 글과 책을 쓰는지에 대해 흥미롭고 쉽게 적혀있다.
그건 어쩌면 나같이 글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꿰어내는 당근이다.
이게 말하기, 글쓰기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엮어져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런 것을 따지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시대의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직접적으로 상호 교류를 하지 않는 동안 자신의 표현을 통해 간접 소통하기를 원하고 그 결과의 수요와 공급이 급증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나 역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말하듯이 쓰고 싶다. 그렇다고 쓰기와 달리 말을 잘한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쓰기보다는 말하기가 더 낫지 않을까. 언제나 쓰려고 보면 머릿속이 백지다. 그렇지만 서평 활동을 통해 쓰는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사실 어려운 작업이다.
말과 글은 한 쌍이다. 글에는 말이 붙고, 말에도 글이 붙는다. 글을 다 썼다고 끝이 아니다.
말을 많이 해보면 말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정리가 되고, 그렇게 정리된 것을 말하듯이 글로 쓰는 연습을 하는 것. 그렇게 되면 글쓰기 스킬도 향상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말과 글은 한 몸이라는 것.
글쓰기는 일상이다. 나는 하루에 업무용 메일을 수십 통 쓰고, 보고서를 쓰고, 어쩔 땐 발표용 자료를 만든다.
모두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자주 글을 쓰고 있지만, 과연 이 글이 내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가는 의문이다.
상대가 오해하진 않을지, 내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는지 늘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