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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우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염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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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작가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이 <문명의 우울>이라는 책을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저런 블로그들을 떠돌아다니다 흔히 말하는 feel에 취해서 구입한게 아닐까.

히라노 게이치로가 24살에 썼다는 이 에세이집은 문명의 우울이라는 다소 무겁고 침침한 제목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얇고 경쾌하다. 하지만 책의 두께가 얇다고 해서 결코 내용의 깊이까지 얕은 것은 아니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젊은 작가가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의 사색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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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날의 선택
유호종 지음 / 사피엔스21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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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들보다 유난히 겁도 많고 무서운 것도 많은 나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늘 궁극적인 공포의 대상이자 절대로 대면하고 싶지 않은(가능하다면) 그런 존재였다. 내가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가까이 느꼈을 때는 바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이었다. 거의 20년 전의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날 일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쪼글쪼글하고 여윈 손을 내밀어 힘겹게 나의 작은 손을 잡으시던 할아버지. 온 방안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던 죽음의 기운. 그때 늘 막연하게만 들어왔던 '죽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에 부모님 말씀으로는 내가 그 자리에서 무척이나 심하게 울었다는데 모르긴 몰라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이 슬퍼서이기 보다는 눈 앞에 직면한 죽음의 공포 때문에 무서워서 운 것이었을 것이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유독 죽음에 민감하다. 자살, 살인 이런 것들을 소름끼치도록 경멸하는 것은 물론이요 정말로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한다.(그만큼 선량해서라기 보다는 무언가를 죽일 때의 그 느낌을 참을 수 없다.)내가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빼앗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다른이가 나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라는 불변의 명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나만은 영생할 거라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죽음. 정확히 말하면 죽음으로까지의 과정. 그리고 죽음 후에 펼쳐질 그 모든 것들을 향한 지나친 염려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어쩌면 행운 일 수도 있겠다.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은 많지만 잘 죽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과연 몇권이나 있을까? <살아있는 날의 선택>은 제목 그대로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존재를 인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으로 탈바꿈 시켜 감정적이지 않고 조금은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으로 대응하게 해준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다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은 인간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평생토록 죽음을 두려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애써 모른척 잊고 지낼 것인가. 아니면은 그 보다는 조금 더 능동적으로 당당하게 죽음과 얼굴을 마주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내가 늘 두려워만 해오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직도 죽음이 나에게 있어 두렵고 공포스러운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겠다는 작은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은 있을지라도)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죽음 이후의 일은 알지 못한다. 눈으로 확인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사는 것은 너무나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뒤돌아 보았을 때 난 참 잘 살았구나. 이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겠다. 하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은 한번 작가가 말한대로 커피 한잔과 펜을 준비 한 후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차분하게 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유언장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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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 - 나와 다른 별종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처세전략
패트리샤 아데소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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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새삼 세상에는 정말 나 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반대로 내가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할 수는 없을 지라도-_-)사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정작 업무에서 오는 어떤 스트레스 보다도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매일을 동료들과의, 직장상사와의, 또 거래처 사람들사이에서 생기는 이런 저런 트러블로 인해 전전긍긍하며 사는 이 시대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있어 <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는 꽤 공감가는 책이 될 지도 모르겠다.

 

<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는 크게 사람들의 성격을 대립되는 두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예를들면 원칙형vs모험형, 지배형vs순응형, 낙관형vs비관형 등등으로 나누어서 그런 성향의 사람들과 회사에서 부딪쳤을 경우에의 대처 방식에 대해 알려준다.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을 단순히 두가지로 나눈 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조금씩 읽다보면 정말 아. 나는 이런 형의 사람이었구나. 하는 나름대로의 자기 반성(?)도 하게 되고 그 동안 나와 사사건건 부딛쳐 왔던  직장 상사가 알고보니 이런 형의 사람이라 그렇게 행동했던 거구나. 하는 이해도 하게 된다.  솔직히 단순히 '이해'를 하는 것만으로는 눈에 띄이도록 특별한 관계증진 효과를 낼 수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이해를 통해서 서서히 상대에 대한 마음을 열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사람 관계라는 것은 단순한 어떤 공식이나 법칙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복잡 미묘하고 변수도 많기 때문에 직접 부딛치고 경험해서 깨닫기 전에는 결코 백프로를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책을 통해 상대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고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얼굴을 붉히거나 서로 상처받지 않으면서 직장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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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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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었다. 미소에 입가를 띄우면서 책을 읽은것이. <노란 코끼리>를 다 읽은 소감을 이야기 하자면 한마디로 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을 찾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실 낯선 작가의 낯선 제목의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표지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넘어선 찬사와 감동'이라는 문구때문이었다. 그러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나의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우선 조금은 뜬금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의 출판사와 삽화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목에 걸맞는 노란색의 표지와 앙증맞은 삽화들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고 활자크기나 줄 간격도 적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엄마가 정말 면허를 딸 수 있을까?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차라리 내가 어른이 되는걸 기다리는게 빠르지 않을까?

열한살인 주인공 '나'는 자유기고가인 엄마와 여동생 나나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항상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나'는 항상 엄마의 그런 모습을 못미더워한다. 아빠가 없는 지금 집의 진정한 가장은 자신이라고 여긴다. 요 조숙한 꼬마주인공은 항상 어른인 척하지만 역시나 열한살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가 조금씩 어른들의 현실과 부딪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은 다른 성장소설처럼 고통스럽거나 눈물나게 힘들지는 않지만 나름의 씁쓸함을 남기면서 오히려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진가는 무엇보다도 글의 중간중간 드러나는 유머에서 나온다. 늘 실수 투성이인 엄마를 바라보는 꼬마주인공의 시선을 같이 따라가자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참을 수 없다. 억지웃음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즐거움으로 가득찬 웃음. 그런 웃음 말이다.

<노란 코끼리>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의 책이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그 여운이 꽤 오래 남는다. 잔잔한 감동이랄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불완전하고 실수 투성이인 가족이지만 서로 상처를 보듬고 감싸 안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뒤뚱 뒤뚱 도로위를 조심스럽게 달리는 '노란 코끼리(노란 자동차)' 처럼 따뜻하고 귀엽게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모든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할지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용기있게 한 걸음을 내딛는 그들에게 조용히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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