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이었다. 미소에 입가를 띄우면서 책을 읽은것이. <노란 코끼리>를 다 읽은 소감을 이야기 하자면 한마디로 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을 찾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실 낯선 작가의 낯선 제목의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표지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넘어선 찬사와 감동'이라는 문구때문이었다. 그러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나의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우선 조금은 뜬금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의 출판사와 삽화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목에 걸맞는 노란색의 표지와 앙증맞은 삽화들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고 활자크기나 줄 간격도 적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엄마가 정말 면허를 딸 수 있을까?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차라리 내가 어른이 되는걸 기다리는게 빠르지 않을까?

열한살인 주인공 '나'는 자유기고가인 엄마와 여동생 나나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항상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나'는 항상 엄마의 그런 모습을 못미더워한다. 아빠가 없는 지금 집의 진정한 가장은 자신이라고 여긴다. 요 조숙한 꼬마주인공은 항상 어른인 척하지만 역시나 열한살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가 조금씩 어른들의 현실과 부딪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은 다른 성장소설처럼 고통스럽거나 눈물나게 힘들지는 않지만 나름의 씁쓸함을 남기면서 오히려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진가는 무엇보다도 글의 중간중간 드러나는 유머에서 나온다. 늘 실수 투성이인 엄마를 바라보는 꼬마주인공의 시선을 같이 따라가자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참을 수 없다. 억지웃음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즐거움으로 가득찬 웃음. 그런 웃음 말이다.

<노란 코끼리>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의 책이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그 여운이 꽤 오래 남는다. 잔잔한 감동이랄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불완전하고 실수 투성이인 가족이지만 서로 상처를 보듬고 감싸 안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뒤뚱 뒤뚱 도로위를 조심스럽게 달리는 '노란 코끼리(노란 자동차)' 처럼 따뜻하고 귀엽게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모든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할지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용기있게 한 걸음을 내딛는 그들에게 조용히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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