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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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따사로운 햇살 가운데 튜닉을 걸치고 대리석 건물 사이를 걷는 그리스의 시민, 빛나는 갑옷을 입고 전장을 누비는 중세의 기사, 화려한 왕관을 쓰고 근엄하게 앉아 있는 왕, 우산을 든 신사와 마차를 탄 점잖은 숙녀의 모습. 우리가 상상한 과거인들의 모습은 이러하다.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 과거의 화려한 모습과 영웅들, 위대한 사건들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인들이 그러한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시절만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화려함과 비 일상적인 이벤트 이면에 감추어진 실제 과거의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과거의 생활은 로망과 우아함이 넘치는 것이 아니라 더럽고, 고통스럽고, 위험하며, 잔인하다. 극심한 배고픔과 상상도 못할 추위, 병균과 박테리아가 득실대는 비 위생적인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인권은커녕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상의 삶이 펼쳐진다. 이 책은 그러한 실제 과거인들의 평범한 일상사를 통해 과거의 실상을 보여준다.


인류 멸종 실패기라는 유머러스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과거(특히 유럽)의 생활사이다. 과거인들이 처해있던 환경, 힘든 생활 속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의식주생활, 그들이 사용하던 도구 등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주로 정치사를 공부하기 때문에 이런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생활의 모습을 포착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과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롤루스 대제, 루이14세, 엘리자베스 여왕, 로렌초 데 메디치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은 다른 역사책보다 더 진정한 의미의 과거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힘든 생활사를 읽으며 단순히 과거인들을 비웃거나 그들이 어리석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사람들의 행위와 생활 속에 담긴 지혜, 합리성과 기술의 한계를 의식하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관점에서 당시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상상의 출발점이 되어준다.


책의 구성과 서술도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게 되어 있다. 특히 과거인들의 생활상을 공감해보도록 하는 서술의 특징이 좋았다. 책의 내용도 다양한 일상 생활 전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던 과거의 생활상에 대한 사실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다.


화려함과 미화, 왕과 귀족,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과거인의 이야기, 그들의 생활모습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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