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전쟁으로 다시 읽는 한중일 세계사 - 지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3국의 운명을 뒤흔들었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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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중일은 오랜 기간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시끄러운 이웃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너무나 이질적이다. 대륙, 반도, 섬이라는 지형이 다르고 사회주의 국가, 민주주의 국가, 입헌 군주제 국가 등 국가의 체제도 다르다. 음식, 음악, 그들의 역사적 세계관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한중일이라는 큰 범주 속에 들어가는 주체도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고구려, 백제, 신라, 전국시대 국가들, 위, 촉, 오 등 각 국가는 하나의 정치체를 가지고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각 지역 내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체가 등장했다가 퇴장했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중화인민공화국, 타이완, 북한과 남한 등 한중일의 범주에서 다양한 주체가 아직도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한중일의 역사를 다양한 스케일로 살펴보고 분석한 책이다. 시기적으로는 임진왜란부터 현대를 다루며 역사적 변천과 각 사건이 지역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시도하는 가장 참신한 시도는 역시 다양한 스케일로 세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이 때 '스케일'은 일종의 분석 범위로 파악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작은 스케일로 각 한중일 내부의 정치적 변동과 분열 및 통일을 살펴보기도 하고 그보다는 조금 더 큰 스케일로 한국, 중국, 일본 간의 갈등과 협력 관계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또한 큰 스케일로 지구적 범위에서 세계대전과 같은 거대한 전쟁 혹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서세동점이 한중일에 미친 영향과 그에 대한 대응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렇게 볼 때 저자가 채택하는 스케일이라는 개념은 일종의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줌 인을, 때로는 줌 아웃을 하며 시간 속에서 발생한 역사적 흐름을 파악한다. 역사라는 학문이 인과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역사를 다양한 각도와 규모로 살펴보려는 이러한 작업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너무 큰 범주에서 살펴본 사건이 작은 범위에서 들여다 보았을 때 완전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이해될 수도 있고, 너무 작은 시선으로 바라봐 그 사건의 저변에 흐르는 거대한 역사적 변화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지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3국의 운명을 뒤흔들엇나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저자가 제시한 스케일이라는 도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자연지리나 인문지리와 같이 지리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프레임의 조절에 주목하여 정작 독특하고 독창적인 프레임의 종류는 제시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동아시아 3국은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 격랑의 국제 정세 가운데 한중일은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맞이하고 그 과정에서 협력해 나갈 것인지는 역사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를 시선과 범위의 측면에서 고민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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