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펜하우어의 사유 - 고통의 긍정을 통한 진정한 삶의 치유
공병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면 오늘날 철학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철학은 통합 학문이었다. 과학에서부터 심리학, 역사학, 윤리학, 생리학 등 모든 학문 분야를 통합한 지성의 학문이 바로 철학이었다. 하지만 분과학문 체계가 발달하고 각각의 학문 영역이 철학에서 이탈하면서 이제 철학은 과연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 불분명해진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철학이 아직까지 꾸준히 대중의 사람과 관심을 받는다. 그것은 힘들고 모진 삶을 겪으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들의 사고과정과 사유체계를 통해 나와 세상을 이해하고 위로를 받고자 함인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등이 밝음의 철학자라면 쇼펜하우어는 왠지 어두운 느낌이 드는 철학자이다. 그는 세상의 본질을 어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체계가 아니라 의지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의지가 충돌하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고통 가운데 있다고 생각했다. 생의 맹목적인 의지. 그것이 쇼펜하우어가 정의한 삶의 본질이다. 철학자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철학자의 삶을 반영한다는 생각은 쇼펜하우어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선천적으로 과민하고 염세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가정불화를 겪었고 헤겔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삶이 힘든만큼 그것이 세상의 본질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그의 철학이 지니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쇼펜하우어의 사유를 천천히 짚어가며 그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대표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책이다. 그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난해함과 복잡함때문에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조차 곤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어려운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보다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최근 많은 철학 서적들의 철학자의 복잡한 인식론과 존재론 등을 생략하고 마치 삶의 교훈을 얻는 것이 철학의 목적인 듯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철학자도 단순히 삶을 사는 방법과 가치관 만으로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식론, 존재론, 그에 따른 복잡한 사유 체계를 거친 이후에야 논리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생애, 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상체계와 인식론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삶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담고 있다. 단순한 잠언집 차원의 이해를 넘어 쇼펜하우어 철학의 개략적 이해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삶은 괴롭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욕망과 권태 사이를 방황하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 열심히 그리고 충실하게 하루의 삶을 살다 때로 삶이 주는 고통에 짓눌려 가는 길을 멈추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날도 많다. 하지만 어쭙잖은 위로와 값싼 긍정적 태도보다는 삶의 본질을 받아들이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또한 멋진 삶의 태도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비정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가 많지 않기에 또 삶은 고독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쇼펜하우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