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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서 극우로 - 공화당의 추락과 미국 정치의 위기
김평호 지음 / 삼인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의 현대사에는 커다란 서사가 있다. 인간의 욕심와 이기심, 그것을 충족시켜줄 물적 수단의 등장으로 제국주의가 태동했고, 그 추악한 사상은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으로 정점을 찍었다.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인류는 노력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인종주의, 식민주의의 흐름 가운데 전체주의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또 한번의 비극을 겪고야 말았다. 그 후 시작된 냉전을 거쳐 인류는 드디어 평와와 인권, 번영과 공존의 길을 걸었다. 아니 걷고 있다고 믿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미국이라는 절대 1강이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하나의 역사적 챕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가는 이 진보와 이성의 시대에 전두환의 재림을 목격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히틀러의 재림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마치 거대한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우리가 선의 제국, 민주주의와 평화의 수호자(물론 미국은 아주 빈번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인 미국이 침략국이 되다니.
목적이 없는 침략, 영토의 확장, 인종주의와 제노사이드, 전쟁과 파괴. 이 모든 것이 도대체 히틀러의 죄악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우리는 그간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나? 아우슈비츠는, 군함도는 우리에게 아무런 교훈을 남기지 못하였나? 우리 인류가 트럼프의 죄악을 단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다시 한번 인류의 오명을 남기는 것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런데 어떻게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 어떻게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민주주의의 본고장 미국에서 트럼프가 정점에 설 수 있었고, 미국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가? 이 책은 그런 물음에 관해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역사적 배경 하에서 오래전부터 이루어진 변화라고 지적한다.
우선 저자가 정의하는 극우의 개념은 이렇다. '반공주의, 권위주의, 국수주의, 인종적 우월주의 등의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나치즘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같은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극우 집단은 따라서 정치적 억압, 폭력, 강제적 통합, 또는 배제,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편, 반대로 애국심, 충섬심, 종교적 수준의 도덕 등을 요구한다.(p.150~151)'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극우적 이데올로기를 미국 공화당이 받아들엿으며, 공화당의 극우화가 1990년대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이어져왔음을 추적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남북전쟁 후 지속된 백인 우월주의의 역사와 미국 사회 저변에 깔린 위기감과 의식구조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미국의 사회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념을 미국 공화당의 보수주의의 귀결이라 볼 수 있을지는 보다 엄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공화당의 보수화가 트럼피즘과 연결이 되는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트럼피즘은 이례적이고 오히려 나치즘과 닮아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듯 우선은 보수의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성찰은 역사를 반추함으로써 시작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보수의 성찰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과연 트럼프와 미국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과연 미국은 트럼프 현상을 하나의 미국 정치사상 이례적 현상, 일탈로 만들 수 있을까? 미국에는 그런 역량이 남아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고 세계의 운명을 예측하기 위한 시작 점으로 이 책을 읽어볼 것을, 현재 국제 정세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여러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