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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신화학 - 제국의 시각을 넘어 동아시아 신화학으로
정재서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쩌면 그건 인간적인 특성일지도 모른다. 재밌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시청, 드라마 정주행이나 재미있는 소설은 현대인에게도 흔한 취미다. 비현실적 사건, 새로운 세계, 비범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우리는 잠시 괴로운 현실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다녀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과거인들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전 세계 수많은 지역, 수많은 민족들은 각자 저마다의 화려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 사람들은 삶의 복잡함과 원인, 자연현상의 경이로움을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고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그리스 로마 만화책을 돌려보고,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 애니메이션을 즐겁게 봤었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한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은 내가 서양사를 이해하고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것으로 좋은가? 이 책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일찍이 지적한 오리엔탈리즘은 신화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언급한다. 프로이드가 주장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단순히 신화의 영역, 서양인의 특성을 넘어 인류 전체의 무의식에 내재된 공통된 특성으로 간주된다. 이 책은 그러한 점 또한 결코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럼 정답은 중국신화에 있는가? 그 또한 그렇지 않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양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시노센트리즘은 다문화 사회 문화간의 존중과 동등성을 이해하는 또 다른 장애물로 존재한다. 또한 우리는 현대 중국의 영향으로 중국을 하나의 단일하고 고유한 역사성을 지닌 집단으로 이해한다. 그렇기에 중국신화를 현대 중국인들의 역사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한족 또한 단일한 민족이 아니며 중국도 단일한 국가가 아니다. 중국신화 속에는 다양한 집단들의 이야기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층위를 고발하고 분석하는데 주목한다. 결국 한국의 문화에 중국 신화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해서 굴욕적으로 여기거나 그것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반영된 다층성, 문화의 공유성을 각자의 입장에서 읽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것이 저자가 말한 제3의 신화학이다.
신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동양과 서양의 신화 속 이야기들, 신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