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역사 문해력 기르기 - 역사 시간에 왜 역사 문해력을 가르쳐야 할까
제프리 D. 녹스 지음, 김민정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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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냄에듀'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에 역사교육학계를 중심으로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역사 문해력이란 '학생들이 여러 자료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평가하며,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고, 역사 서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역사 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과거에 대한 해석을 방어하는 능력(p.64)' 정도로 개념정의 된다. 암기 위주의 따분한 역사에서 탈출하여 학생들에게 역사를 통해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나온 개념으로, 이 역사 문해력을 습득하면 학생들은 사료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접하는 다양한 자료를 검증하고 논증하여 추론하고 토론과 방어를 하여 올바은 인식을 기질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에서 탄생한 개념인 듯 하다.


따라서 역사적 문해력의 강점은 역사라는 과목이 단순한 과거 사실의 암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역량을 길러주며 현실적인 교육적 수용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트루스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서 학생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수 많은 정보와 자료, 지식을 얻게 된다. 이 중에는 상당수의 가짜뉴스와 거짓된 정보가 섞여 있다.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알고리즘의 발달은 진실과 거짓,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역사 문해력은 분명 학생들이 지식을 판별하고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보다 엄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선 역사교육학에서 늘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개념의 중복 혹은 의미 영역의 문제가 있다. 이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는 분명 역사적 사고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둘의 의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물론 역사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 사료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및 디지털 자료를 독해하는 역량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역사적 사고력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역량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역사적 사고력과는 달리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아 보인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교실 현장에서 균형의 문제이다. 분명 이 책의 저자도 모든 역사적 사실과 내용요소를 사료 분석과 역사 문해력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으로 구성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내용을 역사 문해력 수업으로 구성할지 교사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정말 사실의 이해를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역사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을 역사교육의 목적으로 잡는것이 타당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와인버그의 말처럼 '학교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을 역사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용어를 설명하고 이론적인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을 각 장의 예시로 넣어두어 실제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 점이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그래픽 오거나이저는 조금의 수정만 거치면 바로 교실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역사 문해력을 측정하는 평가 도구나 피드백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교실에서 실제 수업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 이러한 책의 구성은 굉장히 반갑고 고맙다.


역사 문해력을 활용한 수업의 범위도 넓다. 기존의 수업 방식대로 서로 대립되는 사료를 분석하여 역사 행위 주체들의 관점을 분석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아예 역사적 사료에 대한 열린 해석과 관점을 탐구해보도록 수업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도 과연 닫힌 정답을 유도하여 정해진 정답을 도출하도록 하는 기계적 수업을 지양하고, 역사 부정의 관점을 차단하는 방법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교실 수업도 반성해보게 된다. 분명 역사 문해력을 중심으로 한 수업은 보다 많은 수업준비와 교사의 노력, 인내심을 요한다. 그렇지만 역사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사료를 접하고 이해하고 사고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능력을 길러줄수 있는 방안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적절한 사료만 주어진다면 분명 역사 문해력 수업은 수행평가에 활용할 여지도 많아 보인다. 역사 교육의 최근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수업을 꿈꾸는 모든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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