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예전부터 역사 연구에 있어 사진의 중요성을 늘 강조 하셨다. 전근대와 다르게 근대에는 다양한 사진자료가 남아있고, 이 사진자료들은 당시의 상황, 인물, 풍경, 삶의 모습을 그림보다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당대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말씀이셨다. 사진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관점이 반영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어떤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자 했는데, 그 각도에서 그 대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이유와 의미 등이 사진을 통해 역사가 탐구해야 할 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연구자료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은 원래 일본이 한국병합을 기념해 만든 <병합기념조선사진첩>을 재발간한 책이다. 한일병합이 이루어지고 우리가 식민지로 전락한 그 해에 <병합기념조선사진첩>은 신반도사 사장 스기 이치로베이에 의해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병합기념조선사진첩>을 보다 선명한 사진자료와 작가의 설명, 서문등의 번역을 덧붙여 담고 있다.
책에는 1910년대 당시를 알려주는 많은 사진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일병합을 바라보는 당시 조선의 친일파와 일본관료들의 서문 및 휘호, 일본황실과 조선 황실의 인물사진, 병합 당시 관료들의 모습, 경성, 개성, 평양, 부산, 경주 등 당양한 도시들의 모습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책을 통해 당시 일본이 바라본 조선의 모습, 사진의 촬영과 배치 속에 담긴 일본인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일본 황실 인물들을 조선 황실 인물들 사진보다 먼저 배치한 것을 통해 병합 이후 일본 황실의 우월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경성, 부산, 경주 등 조선의 도시들을 사진으로 담아 새롭게 정복한 영토를 보여주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생각 또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느껴진다.
우리 역사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은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과 당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