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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붉은 별 - 소설 박헌영
진광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헌영. 한국 근현대사에 그 이름만큼 비난과 손가락질 당하는 이름이 또 있을까? 남한에서는 빨갱이로, 김일성과 함께 전쟁을 일으킨 전쟁 범죄자로, 북한에서는 종파분자이자 미제 스파이로 근ㄴ 남과 북 모두에 설 곳이 없는 사람이다.
근현대사의 많은 인물들이 그러하 듯 그를 바라보는 프레임도 다양하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 공산주의 사상가나 혁명가, 미숙한 정치인, 권력의 2인자, 숙청의 대상. 그 모든 것은 박헌영이 살아온 삶의 한 단면 단면이었다.
그가 남과 북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만큼 그에 대해 알려진 것 또한 파편적인 사실이다. 그의 사상, 그가 바라본 세상, 그의 인간관계와 북한에서의 행적 등 많은 것들은 아직도 어둠속에 묻혀 있다. 이 책은 그런 박헌영의 생애를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 공백을 메우고, 그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담은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일제강점기부터 그의 삶을 따라가되, 역사의 공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운 역사소설이다. 그의 다양한 모습 중 특히 혁명가라는 모습에 맞추어 그를 바라본 시각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떻게보면 금기의 인물인 박헌영을 소설의 소재로 다룰 수 있을만큼 한국 사회가 개방적인 사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박헌영의 행적과 역사적 팩트의 틀에 갇혀 보다 박헌영의 내면을 세밀히 그려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역사책이 아닌 역사소설이 갖는 장점은 사료가 말해 주지 않는 인물의 내면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채우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부분이 좀더 채워졌다면 박헌영이라는 인물을 보다 감각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박헌영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그는 정말 미국 간첩이었을까? 그는 김일성의 독재체제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가 일제강점기부터 바라던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와 현엘리스는 어떠한 관계였을까? 그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까?
사실을 나열한 역사책이 아니라 문학의 형식으로 보다 친근하게 역사적 인물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위험하지만 새로운 인물, 박헌영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