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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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와 정치적 입장,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럴 때 느끼는 답답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빨간색을 보고도 파란색이라 하는데 왜 파란색이 아니고 빨간색인지 증명하는 느낌이고, 1+1=2를 두고 1+1=100이라고 우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온갖 증거와 논증을 거쳐도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난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믿겠다."는 답답한 말 뿐이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자동으로 나오곤 한다. 저 사람의 뇌는 나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인가?


놀랍게도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문과의 영역, 정치와 관념론의 테두리 안에서 영원히 머무를 것 같은 이데올로기라는 대상을 뇌과학으로, 유물론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시도를 이 책은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의 특성, 이데올로기의 등장과 역사 등을 다루고 이데올로기와 뇌의 상호작용을 달걀과 닭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며 그 상호관계를 밝히고 있다.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책을 읽으면 처음 드는 생각은 혹시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생물학적인 결정론인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했다. 보수의 뇌 혹은 진보의 뇌가 따로 정해져 있어 우리가 결코 그 정해진 길을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새로운 정보와 규칙에 대한 수용성, 인지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와 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색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결정론적 시각과 결론을 경계한다. 우리의 뇌가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수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한 뇌는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에 쉽게 도달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달걀먼저냐 닭이 먼저냐(이데올로기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 뇌의 특성이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 말한다. 사회가 더 각박할 수록,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수록,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할 수록 우리의 뇌가 가진 경직성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내란에 대한 옹호, 종북좌파몰이 등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대한민국사회다. 이 책은 그러한 극단주의가 왜 발생하는 지 그리고 그러한 극단주의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가 다시 관용과 화해, 용서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해야만 하는지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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