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어느새 인간관계가 고장난 사람들에 관하여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2.3 내란사태로 거리에 청년들이 쏟아져 나올 때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의 성별을 구분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탄핵찬성=여성, 탄핵반대=남성이라는 도식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완전히 틀린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2030 남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이곳저곳이 아닌가 한다. 분명 찬핵반대 시위에도, 탄핵찬성 시위에도, 커뮤니티에도, 어디에도 2030남성들은 있었다. 중요한 것은 2030남성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하기에는 이질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모든 정치적 집단은 동질감과 연대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30남성들은 동질감은 상당히 높으나 연대의식은 적은 듯 하다. 남성을 잘못된 잣대로 평가하고 규정짓는 시도에는 저항하지만 하나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원인 중의 하나가 현 시대 남성들이 가진 관계성의 특성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책은 매우 특이하게 남자들의 우정에 관해 다루고 있다. 흔히 우정은 남성들의 덕목으로 간주되지만 생각해보면 어느순간 남성들의 우정이라는 것 자체가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 책은 그러한 점에 주목하여 남성의 관계성이 갖는 특성과 친구에 대한 개념을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진지하게 남성의 친구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우정에 대한 여러 학자들과 철학자들의 분석 및 설명을 인용하여 남자들의 친구관계를 분석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었다. 남성들의 관계에서 유머가 가지는 위상, 남성들의 대화와 문제해결 방식의 특징, 나아가 인간관계의 의미에 까지 이 책은 가벼운 척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허나 너무 현학적이지도 않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 남성성은 가부장과 페미니즘 그 사이 어딘가를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폭력적이고 반 이성적인 남성들의 연대, 조롱과 비난 그리고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일베적 관계가 아닌 남성들이 진정으로 모여 거 나은 사회적 담론, 개인적 관계를 맺게 되길 기원한다. 그러한 고민의 바탕이 있어야만 진정한 성별갈등의 해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모색의 출발선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