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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로 대학 가다 - 세계적 명문대에 진학한 남매와 제자들의 확실한 성공 비결
이미영 지음 / 학지사 / 2025년 1월
평점 :
한참 대구에서 IB가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내가 겪은 한 일화가 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IB관심학교였고 교육청에 장학사를 강사로 초청해 IB관련 연수를 들었었다. 그런데 연수를 들으면서도 도대체 IB가 무엇인지? IB를 왜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수 중 궁금했던 내용들을 필기하고는 연수가 끝나면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연수가 끝나자 마자 강사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부리나케 떠나고 말았다.(아마 그 강사도 IB가 무엇인지 잘 몰랐던게 아닐까 싶다...그만큼 IB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은것 같다.)
그 후 대구에서 IB가 확산되면서 무수히 많은 홍보자료와 소문들이 나에게도 도달했지만 그 어느것 하나 IB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없었다. 대다수 교사들은 반대를 했고, 교육청은 밀어붙였다. 그런데 막상IB가 무엇인지 알아야 반대를 하든 찬성을 하든 할 것 같았다. 그렇게 IB에 대한 의문만 가지고 있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IB교육 확산을 위해 힘 써 온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과 IB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책은 IB와 관련된 저자의 경험담, IB를 경험한 학생의 인터뷰, IB학교생활, IB교육에 대한 설명, IB와 관련된 질문 등을 통해 IB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며 IB는 결국 학생이 스스로 과목에 대한 질문과 프로젝트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며, 그 평가는 지식 암기 위주의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을 통해 평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교육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저자의 절박한 태도, IB의 목표와 내용에 대해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다만 IB의 학교 현장 적용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첫째, 저자는 IB교육이 필요한 이유로 지식암기 위주의 교육, 수능에 의한 줄세우기식 평가방식, 공교육의 질저하 문제를 거론한다. 저자의 문제 의식에는 완전히 공감하나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20년도 더 전부터 거론된 교육의 과제이다. 이러한 교육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그간 입학사정관제, 자유학기제, 서술형 평가 등 수많은 교육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이 중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는 것은 극히 드물다. IB는 이러한 보여주기식 교육정책과 달리 현장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아 오래된 교육 과제를 해결하는 키가 될 수 있을까?
둘째, IB는 기본적으로 국제학교에서 실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국제학교라는 학교 자체가 이미 외교관 자제 등 사회의 상류층,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다. 결국 이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이 IB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검토해봐야 한다.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매우 불편하지만)학생의 우수한 교육적 성과는 학생의 지적능력, 성실함외에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가정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IB가 현행 학교 교육보다 뫂은 수준의 교육을 요구한다고 했을 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셋째 평가방식에 대한 염려다. IB가 기본적으로 서술형 평가를 주된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단순히 서답형 시험이나 수행평가만 치뤄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IB평가관에 의해 재채점을 할 수 있다 해도 이것이 대입과 연관되는 순간 수많은 이의제기와 행정소송이 빗발칠 것이 예상된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걸음 더 IB에 친숙해지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IB에 대해 궁금증이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언젠가 IB교육의 장점과 현장의 목소리가 잘 융화되어 교육의 변화가 일어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