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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ㅣ 문예 인문클래식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은 힘들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영웅을 기다린다. 슈퍼맨과 배트맨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전지전능하고 선한 영웅이 그 압도적인 힘과 정의관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메시아를 원하고, 그 메시아가 나를 구원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에서 메시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현실의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다수의 행복과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현실의 정치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정치인의 최고 과제는 국민의 행복 증진과 사회 정의 실현이다.(최근에는 이 가치를 내팽개쳐 버린 사람들이 더욱 준동하지만 말이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었다. 극단적 진영대결과 도덕적 해이, 모든 정치적인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않고 법정으로 가져갔다. 자신을 반대하는 진영을 악마화했으며 공권력을 동원해 구속시켜 절멸시키고자 했다. ‘정치의 실종’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계엄령과 내란의 파멸이었다.
하필 이 시국에 이 책을 만났다. 위선과 허위의 가식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지극히 현실의 문제를 다룬 영원한 문제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모든 면에서 선을 행한다고 표방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 사이에 파멸할 것이다”고.이것이 바로 정치의 본질이다.
그럼 정치는 본질적이고 추악하고 부패한 것이므로 혐오하고 무관심 해야만 하는가. <군주론>을 자세히 읽어보면 결코 마키아벨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혼란한 이탈리아와 유럽의 정세에서 마키아벨 리가 정치적 술수를 강조한 것은 그게 옳아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해서 더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선한 성품의 정치인이 너그러움을 가지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려 여러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사회를 만들어주기보다는 차라리 권모술수에 능한 리더가 군중을 행복한 사회로 이끌어주기를 마키아벨리는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마키아벨리의 저술을 쉬운 용어와 풍부한 배경설명, 많은 사진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친절히 전달해주고 있다.
도저히 앞길이 안 보이는 대한민국. 어떤 메시아가 나타나 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하루하루 가운데, 우리는 다시 현실에 눈을 돌려 어떤 정치인을, 어떤 정치를 이루어나갈 것인지 이 무너진 폐허에서 다시 고민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군주론>은 그러한 고민의 실마리를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