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무료로 가제본을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시는 질서의 공간이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등교를 한다. 정확히 예측 가능한 시간에 버스와 지하철이 오고, 사람들은 신호등의 색에 따라 길을 건넌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며 규칙에 따라 상품을 매매한다.
우리는 이 도시의 모든 질서를 당여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떻게 무한한 혼돈으로부터 질서가 생기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결국 도시의 역사는 자연으로 대표되는 혼돈이 어떻게 인공과 질서의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가에 대한 역사이기도 하다.
결국 논의의 출발은 '푸코'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푸코의 에피스테메(어떤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한 시대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의 개념을 가져와 르네상스 시기, 고전주의 시대, 근대에 에피스테메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제공받은 책이 가제본본이라 그 논의가 어떻게 라캉, 들뢰즈, 바디우로까지 연결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에피스테메가 도시에 반영된다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리고 이것은 동양의 관점에서도 파악될 필요가 있다.
가령 조선의 수도 한양은 정도전의 의도에 따라 <주례>를 토대로 유교적 사상이 체현된 도시였다. 그렇게 생각할 때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이나 도시는 그 당대인들의 에피스테메, 즉 사상의 지향과 욕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도시와 역사, 철학이라는 3요소가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지 분석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리고 그 얽힘의 끝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단서가 있을 것이다. 그 이정표를 도시는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