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도둑과 악인들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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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아끼는 제자이자 202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 수상작이자 결말의 반전이 주는 임팩트는 역대급이었던 작품 방주의 작가 유키 하루오의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2탄이자 교수상회의 프리퀄 작품인 시계도둑과 악인들을 읽었습니다.

유키 하루오의 작품 중 방주와 십계 그리고 낙원으로 이어지는 성서 3부작이 결말을 향해 달리는 고속열차라면 교수상회는 느긋하게 다이쇼 시대의 풍취를 즐기며 달리는 관광열차라는 비유가 찰떡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번 작품 시계도둑과 악인들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던 옛 시절의 관광버스 같은 느낌입니다.

이번 신작에 수록된 여섯개의 작품은 어느 하나 평범한 작품이 없습니다.

작품을 이루는 요소 중 몇개는 매우 특이해 그 하나만으로도 독자를 확잡아 이끄는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여섯 작품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을 엄선해서 소개하자면...

첫번째 가에몬 씨의 미술관은 이 연작단편의 첫 작품으로 결말을 읽고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단편이었습니다.

설정부터가 도둑 하스노가 화가 이구치의 부탁으로 새로 개설될 미술관에서 가짜 시계를 훔치고 진짜 시계를 돌려놓아야 하는 황당한 내용입니다.

유키 하루오는 이 황당한 설정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결말에 가서는 충격적인 와이더닛으로 마무리합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악인 일가의 밀실입니다.

두번째 단편은 본격미스터리 스타일의 도면도와 함께 시작해 본격미스터리 하면 떠오르는 밀실사건, 작 중에서는 '드나들 수 없는 방'에 얽힌 살인사건을 추리합니다. '하우더닛'에 집중한 듯 하지만 이 단편 역시 '와이더닛'에서 가에몬 씨의 미술관 못지 않은 충격을 선사합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유괴와 대설입니다.

이번에는 이구치의 친척이 납치되고 경찰을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 하스노가 납치범들을 추적합니다. 유키 하루오는 설정의 천재인지 이 번 단편에서는 이 악물고 돈을 적게 요구하는 납치범들이 등장합니다. 돈을 많이 요구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기 힘들게 그리고 적게 낼 수 밖에 없게 하는 납치범의 요구에 하스노는 의문을 품고 추리를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사실 중반부까지 읽을 때, 이미 사건의 모든 전말이 드러난 것 같아 결말의 반전이 기대되지 않았는데 작가는 그 속에 멋진 트릭과 반전을 숨겨놓는데 성공합니다.

네번째 에피소드는 하루미 씨와 외국 편지입니다.

하스노는 이번 단편에서 체포된 적이 있는 도둑출신으로 가장 신용할 수 없는 번역가로 의뢰를 받게 됩니다. 신용 할 수 있는 번역가가 아니라 가장 믿음이 가지 않는 번역가로요. 그리고 프랑스어로 적힌 편지에 얽힌 사연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섯번째 단편 마쓰카와마루호의 요사스러운 만찬은 거대한 육지거북이와 호랑이가 두 마리나 타고 있는 호화스러운 선상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 얽힌 이구치와 하스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범인 보다는 트릭에 집중한 작품으로 유키하루오의 스타일이 연작 단편집 속에서도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석 도둑과 괘종시계는 첫 번째 단편, 가에몬 씨의 미술관에서부터 등장하던 시계가 다시 한번 등장하는 사건으로 "세상에 악인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난감해."라고 말하는 하스노의 말 처럼 연작단편집의 마무리로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여섯 편의 단편 작품 중 재미있는 작품을 엄선하니 여섯개의 작품이 골라졌는데요.

유키 하루오의 성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느긋하게 에피소드 하나씩 아껴보고 싶었지만 막상 펼쳐보니 다음 작품이 궁금해 홀린듯이 하루만에 다 읽게 된 작품 '시계도둑과 악인들'

개인적으로는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아 조금 걱정되었지만 시계도둑과 악인들은 유키하루오의 작품들 중 방주 못지 않게 재미있었고 특히 몇몇 단편들은 결말이 주는 충격의 여운이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가 유키하루오는 SNS도 하지 않고 작품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데 올해도, 내년에도 또 새로운 작품으로 하루 빨리 만나고 싶네요.

미스터리 소설의 팬 분들 뿐만 아니라 추리소설에 입문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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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현영강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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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소설 반반한 마을의 현영강 작가님의 신작 소설 식물인간을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이 소설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셨는데 읽다보면 느와르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제게는 이 작품 식물인간이 하드보일드 장르의 스릴러 느낌이 무척 강한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소설은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마음먹은 청년 기성이 바다를 보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탑승하며 시작합니다. 기차에서 의문의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와 함께 목적도 모른 채 진실을 찾아 떠나는 위험천만한 모험에 오르게 됩니다.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걸맞게 다양한 인물들이 어디서부터 얽히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자세히 보면 어딘가 숨겨진 관계의 끈이 보일듯 말듯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나는 그 사람의 보스의, 보스의, 보스의, 외동딸이에요. 이름을 아실까 모르겠네." P52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아득하게 높은 신분을 가진 남가연과 그의 아버지이자 알 수 없는 애증관계로 묶인 남현.

남현의 든든한 보디가드이자 오른팔과 같은 남자 공덕과 아들을 빼앗긴 어머니 노파.

그리고 남현의 아래에서 물고 뜯고 하며 서로의 자리를 탐내는 은평과 버섯 마을의 노인.


시안은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아가씨의 반발 없는 입 다묾입니다." P211


19살의 나이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버리게 된 시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의도에 의해서 편을 갈라 다투고 죽이고 또 손을 잡게 되는 이야기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액자와 궁 지하 1층에 잠든 채 연명하고 있는 여인이라는 미스터리한 요소까지 더해지며 본격적으로 몰입을 더합니다.


소설 식물인간은 전개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그저 흐름대로 작가가 보여주는 장면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함께 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에 짧은 템포로 스피디하게 나뉘어 진행되는 소설의 각 장 들 덕분에 이야기의 단락이 짧아 마치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뒷 이야기를 예측 할 수 없는 전개 역시 미스터리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잘 살리고 있었구요.


다양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잘짜여진 하드보일드 느와르 소설 식물인간을 재미있고 잘 읽히는 스릴러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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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개정증보판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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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가장자리에서 적당히 살고 있는 300만 살 브라키오의 일상 질문책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가 개정증보판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2020년 출간되었던 구판에 비해 훨씬 밝고 모던 해진 표지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요. 브라키오의 케릭터도 귀여운데 올록볼록하게 튀어나와 입체감을 주는 스티커 덕분에 훨씬 아기자기해 보입니다. 책을 선물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은 마음에 쏙 드는 표지네요.



구판에서 신판으로,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며 새로운 에피소드도 6개가 추가되면서 초판 한정으로 조구만 엽서도 함께 증정됩니다.


이 엽서도 책선물할 때 고마운 마음을 함께 담아 전달할 때 너무 좋겠다 싶었어요.



삐뚤빼뚤 대충 막 그린것 같지만 오묘하게 귀엽운 300만살 도시 공룡 브라키오의 일상과 함께 던져지는 질문은 별거 아닌 일상같은 물음이지만 막상 대답하다보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날의 추억일 수도 있고 지금의 나에 관한 이야기일수도 있구요.



그렇게 대답하다보면 나의 인생과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더 진지하고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법에 대해 어쩌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아무때나 읽어도 되지만 너무 행복할 때는 빼구요.


딱딱한 책상 의자가 아닌 소파나 바닥, 침대에서 이 책을 읽길 권합니다.


책엔 많은 질문이 담겨 있지만 귀찮으면 질문도 그냥 보고 넘기라고 말합니다.


아무 복잡한 생각 없이 그냥 편하게, 되는 대로, 설렁설렁 읽어야 이 책을 통해 힐링할 수 있다구요.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조금 더 마음에 큰 파문을 남긴 장면들과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는데요.



Question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p37



학생일 때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내일은 피씨방 가서 무슨 게임을 할까 상상하던 시간이 가장 좋았는데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우리 용용이를 안고 첫맘마를 먹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저는 세트 메뉴라서 단품으로는 구매할 수 없어요.


(It's a package deal)." p89



살다보면 뷔페식으로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을 수 없을 때가 훨씬 많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사랑도 우정도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가져올 순 없다는 사실을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좋은 점 밖에 안보여서 다행입니다.




Question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p101



사실 받은 선물들은 대부분 잊혀지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선물을 보면 누가 어떤 마음으로 줬는지가 떠오르거든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엄마가 사주신 엄청나게 큰 가방인데, 어느 나라를 여행을 가도 그 가방을 들고 다닐만큼 좋아하고 아끼고 있어요.





무관심 카테고리에는 이전에 '너 최악' 카테고리에 있는 멤버들 중 다수가 옮겨져 있다. p169



정말 가장 공감했던 문장이었는데요. 그 때는 그렇게 싫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무관심 폴더로 옮겨진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답니다. 지금 나의 '너 최악' 폴더에 있는 세 사람 역시 조만간 무관심 폴더로 옮겨질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쓰담쓰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그림 에세이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를 읽었는데요.


읽으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문장과 그림이 가득해 여러권 책장에 쟁여놓고 지인들의 특별한 날에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적당히 슬프거나 적당히 기쁜, 그냥 아무때나 읽기 좋은 그림 에세이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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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오마카세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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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한국추리소설 살인오마카세 서평 책과나무 출간


황정은 작가님의 살인 오마카세를 보았습니다.


갈등이 심화되고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며 누군가는 용의선상에 올랐다가 제외되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또다시 용의선상에 오르고 일련의 과정 끝에 추리소설 특유의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의 정직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하고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의 트릭이 있으며 이를 추리를 통해 해결하는 본격추리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노력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읽는 동안 추리소설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한 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설 살인 오마카세는 10층 규모의 대형 건물 무송빌딩의 건물주 최무송이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고 그의 아들 최현성이 미국에서 돌아오며 시작됩니다.


최무송은 건물의 임대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그들의 편의를 봐주었지만 그의 아들 최현성에게는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를 내는 그들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집게 됩니다. 그래서 일식집에서는 공짜 오마카세를 얻어먹고 공짜 커피를 마시고 젊은 여의사가 진료하는 내과와 귀여운 약사가 근무하는 약국에서 추행을 즐깁니다. 모두가 새롭게 건물주가 된 최현성을 싫어하지만 건물주라는 간판에 홀려 그를 꼬시고 싶어하는 여자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던 중 최현성이 독에 의해 사망하게 되면서 경찰은 건물의 임대인들 중 특별히 낮은 임대료 계약으로 인해 최현성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매장 4곳의 주인과 최현성을 꼬시기 위해 삼각관계로 다투던 두명의 여자를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경찰의 수사는 제가 흔히 즐기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탐정의 수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서를 통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알리바이를 검증하고 CCTV를 확인하고 국과수와 공조해 한걸음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갑니다. 덕분에 더 한국적이고 익숙하게 다가오는 추리소설로 느껴집니다.



소설 살인 오마카세는 책으로 읽었지만 언젠가는 미디어믹스되어 8부작 정도 되는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동안 머리속에서 장면장면이 상상되었는데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며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날 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촘촘하고 꼼꼼했던 소설 살인 오마카세를 추리소설의 팬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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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탑의 살인
김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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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추리소설추천 김영민작가의 수상탑의 살인 서평 아프로스미디어 출간


김영민 작가님의 수상탑의 살인을 읽었습니다.

앤솔러지 위주의 단편소설로만 접해오던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 큰 기대감을 안고 읽게 되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 오랜만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뒤통수가 띵한 제대로 된 본격추리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추리소설 중에서도 본격 추리소설을 제일 좋아하는데 정말 간만의 제대로 된 본격추리소설이라 국내에서도 이 정도의 트릭이 끝내주는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본격미스터리소설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자세한 도면도에 등장인물 리스트까지, 나 본격 추리 소설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소설 수상탑의 살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류에게 미래가 없을 수도 있는 어쩌면 디스토피아인 세계관에서 제3세계의 소녀 똣니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사망하며 시작됩니다. 사실 똣니의 등장부터 이 소설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무려 이 소녀, 폭우로 허술하게 지어진 학교가 무너지려는 상황에서 다른 반 친구들이 가족을 걱정하는 와중에 선생님께 추가 질문을 던져 결국 본인만 무너지는 교실에서 살아남게 됩니다.


"내가...... 내가 괜히 질문을 하는 바람에 모두가 죽어버렸어......"

똣니가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p12


그리고 이 소녀 역시 홀로 살아남아 산을 내려가다 산사태에 휩쓸려 사망하게 되며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됩니다.


수상탑의 살인의 배경은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한 기이한 건축물 수상탑입니다. 표지의 일러스트 그대로 막대한 부력으로 기반이 되는 대지와 5층 높이의 수상탑을 띄운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법한 기괴한 건축물인데요. 유리탑의 살인이나 십각관처럼 본격 미스터리에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무대로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이 하나하나 건축물에 대한 설정을 부여하고 그 건축물을 이용해 적합한 트릭을 설계한 뒤 디테일하게 제공되는 설계도와 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범인을 맞추는 대결을 하는 재미야 말로 본격미스터리를 보는 진짜 이유니까요.


바다에 떠있는 5층까지 탑이라는 소설의 배경은 그간 읽어왔던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독특하고 몰입력있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밀실인데 전파가 차단되어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으며 유일한 이동수단인 보트마저 폭파되며 수상탑은 말 그대로 밀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인이 연달아 발생하며 의심을 싫어하는 대학원생 탐정 한규현의 시점으로 본격적인 추리가 진행됩니다.



대학원생이 교수와 같은 공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아 보여서요. 대학원생에게는 이만한 고문이 또 없습니다. p55


"학생, 됐으니까 범인이 누군지부터 말하면 안 되겠어요?" p254


특히 소설은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무거운 주제의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자리잡은 블랙유머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페이지를 넘겨갈 수 있었는데요. 특히 대학원생을 소재로 한 대화는 저도 무척 공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을 보면 꼭 있는 추리쇼에 태클을 거는 부분도 무척 재미있었구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앞서 말한 유머러스한 대화도, 1인칭 시점으로 탐정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매력적인 전개도, 추리소설의 근본 그 자체와도 같은 알리바이를 점검하며 용의자를 하나씩 제외시켜가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상탑의 살인에서 사용되었던 '트릭' 그 자체였는데요.


결국 추리소설을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트릭의 반전만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은데 그 트릭이 특히나 놀라운 경우에는 마치 작가님이 그 트릭을 먼저 떠올리고 트릭에 어울리는 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이야기를 창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시라이도모유키의 엘리펀트 헤드의 트릭이 이런 생각을 들게 했는데 오늘 읽은 수상탑의 살인 역시 그에 못지않는 충격적인 트릭으로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수상탑과 계속해서 언급되던 지구 온난화까지 어느 하나 맥거핀으로 소모되지 않고 모두 꼼꼼하게 활용한 영리하면서도 놀라운 소설이었던 수상탑의 살인.


국내에도 이렇게 제대로 된 '트릭'이 메인이 되는 본격미스터리 소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해당 장르의 팬으로서 너무 행복하며 왠지 마음에 들지 않던 표지조차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 보니 이 또한 복선처럼 느껴져 재차 감탄하게 만든 국적을 불문하고 제대로 된 본격 추리소설 수상탑의 살인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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