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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평점 :

에드가 앨런 포를 좋아해서 필명을 에도가와 란포로 지은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라이 타로의 단편 기담 열여섯편을 모은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을 읽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 그 중에서도 공포가 강하게 함유된 호러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에도가와 란포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권위있는 추리소설계의 등용문까지 있을 정도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막상 백년이란 세월감에 지레 겁을 먹고 그의 소설을 읽지는 못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에 흥미가 있으면서도 세월의 부담감에 선뜻 손이 안가던 제게 큰 부담없이 시간 날 때 틈틈히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 출간되어 바로 읽어보았는데요. 틈틈히 한 편씩 음미하듯 즐기려고 펼친 소설책이었지만 하나하나의 기괴함과 잔혹함 거기에 미스터리소설의 반전의 묘미까지 어느하나 부족함이 없어 식상한 표현이지만 단숨에 열여섯편의 단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열여섯편의 기담을 읽어보니 왜 에도가와 란포가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인지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에도가와 란포의 이번 기담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이 무려 백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 놀랍더라구요. 일본미스터리문학의 역사를 100년은 앞당겼다는 그에 대한 평가처럼 그의 괴기하고 잔혹하지만 지금 읽어도 추리소설의 재미를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들은 말 그대로 100년을 앞서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에도가와 란포식 호러 미스터리의 정석에 가깝다고 느꼈던 단편
쌍둥이 형을 죽인 후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마다 놀라는 사형수의 고백 -쌍생아
자극을 찾는 모임의 신입회원이 풀어놓는 입담으로 99명을 죽인 썰 -붉은 방
의자 속에 숨어서 여체를 탐하는 추남 이야기 -인간의자
단편 '붉은 방'에 등장했던 20일회에서 벌어지는 선정적인 이야기 -가면무도회
먹고 살기 힘든 마을에 독풀의 효능이 알려지게 되면... -독풀
숨바꼭질 도중 안에서는 열수 없는 궤짝에 같힌 남자 -오세이의 등장
인간의 모방본능을 이용한 범죄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
생각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
또다른 자신에게 아내를 뺏겨버린 남자 -1인2역
마음에 두고 있는 젊은 아가씨에게 전해진 연애편지를 훔친 노인 이야기 -목마는 돌아간다
그리고 미스터리보다는 호러에 힘을 준 기괴하며 공포스러운 단편
불구자를 학대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 -춤추는 난쟁이
3721일간에걸쳐 아내를 인체모형으로 만든 약사이야기 -백일몽
인형과 사랑에 빠진 남편을 질투하는 여자 -사람이 아닌 슬픔
거울에 미쳐버린 남자 -거울지옥
그리고 사실 이해하기 힘든 난해함이 매력적이었던 단편 화성의 운하까지...
각각의 단편들이 모두 그 결이 다르면서도 저마다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한 작가의 넓은 작품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이번 기담집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는데요.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을 읽으며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기괴하며 잔혹하기만 할 거라고 예상했던 제 생각과 다르게 따뜻하며 유쾌한, 그러면서도 기이함은 잃지 않은 단편들도 중간중간 절묘하게 스며들어있어 그의 수많은 단편 작품 중 엄선한 열여섯편의 기담을 선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느껴졌습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가도 좋지만 이 책을 보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단편을 한편 한편 맛있는 음식을 아껴 먹듯 책장에 쟁여놓고 아껴읽고 싶은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을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해당 서평은 부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