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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평점 :
여기서 나가 서평 마당이 있는 집의 김진영 작가 신작 오컬트소설 서평 반타 출간

오늘 읽은 소설 '여기서 나가'는 23년 7월 김태희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동명 원작소설을 쓴 김진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바탕으로 인간사이의 갈등과 심리를 촘촘하게 파고들었다면, 이번 작품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K 호러 오컬트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다. 장르가 바뀌었지만 소설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늘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에서, '여기서 나가'는 '마당이 있는 집'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이 소설이 주목하는 중심 소재는 ‘집’이 아니라 ‘땅’이다. 작 중 공포로 군림하는 군산의 그 땅이 아니어도 이상조가 평생을 모아온 땅 역시 이 작품에서 '땅' 그 자체로 존재감을 보인다. 형용은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당한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죽은 형 형진이 어머니 명의로 전북 군산 청사동의 땅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땅은 평범한 땅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에게 악독했던 일본인의 적산가옥이 있던 자리며, 오랫동안 누구도 손대지 못한 채 모종의 이유로 묶여 있던 곳이다.
형용은 그곳에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 ‘유메야’를 짓고 제 2의 인생을 꿈꾼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빠르게 각자의 욕심을 통해 벌어지는 갈등을 그려낸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이 형용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타인인 아내 유화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유화의 시선을 통해 욕심에 잡아먹힌 형용이 어떻게 조금씩 변해가는지를 그린다. 처음에는 '나라도 저 상황이라면...' 하고 이해 할 수 있었던 형용의 욕심이 어느 순간 맹목적인 탐욕으로 바뀌고, 결국 땅에 대한 집착으로 굳어지는 과정은 오컬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큼 현실적이었다. 하루 만에 음식이 썩고, ‘하얀 얼굴의 남자’ 환영이 나타나지만, 진짜 공포는 초자연 현상보다도 형용의 변화에서 느껴진다.
김진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밭 한 가운데 서 있는 검은 장발의 남자, 붉은 글씨가 적힌 지폐, 공중에 떠 있는 머리만 남은 남자의 하얀 얼굴까지. 덕분에 책을 읽고 있지만 머리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영상을 재생하게 된다. 언젠가는 이 작품도 마당이 있는 집 처럼 미디어믹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평범한 호러 소설이 아닌, 영화 파묘를 떠올리게 하는, 한국인이라면 깊이 공감 할 수 밖에 없는 일제 강점기와 K- 오컬트 무속신앙을 소재로 현실적인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소설 '여기서 나가'를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