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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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사쿠라바 카즈키 작가의 '명탐정의 유해성'으로 나는 처음 접하게 된 작가였지만 무려 '내 남자'라는 소설로 나오키상까지 수상한 작가였...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굉장히 편향된 독서 취향을 가지고 있던 터라 '내 남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군대에서 라노벨로 접했던 GOSICK이 사쿠라바 카즈키 작가의 작품이었던 것!


이 소설은 제목부터가 명탐정의 유해성으로 굉장한 본격 추리소설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막상 읽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작품이었다.

작품은 대탐정시대를 배경으로 낭만이 살아 숨쉬던 탐정들의 전성시대를 무대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국 곳곳에 탐정들이 경찰대신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번뜩이는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고, 작중 최고의 명탐정을 꼽아 사천왕이라 부르며 사건으로 승부를 벌이고 이를 TV에서 방영하는 온 세상이 탐정을 위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느껴지는 시대는 빠르게 찾아왔던 것 만큼이나 ai의 등장과 함께 더 빠른 속도로 퇴장한다.


"명탐정이란 사람들한테 무슨 권한이 있었는데? 일본은 법치국가잖아? 경찰관도 아닌 보통 사람이 남을 단죄할 권리가 있나?"


"그런 식으로 단정할 수 있다는 게 이상한데요. 그렇잖아요. 그땐 그렇게 보였다 해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달라지지 않나요?"


당대 최고의 지성인 사천왕마저 인공지능로봇탐정과의 대결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추리라는 단어가 낡은 농담이 된 시대에 한 유투버가 명탐정의유해성이라는 해시태그로 동영상을 올려 잊혀진 명탐정 고코타이 가제를 고발하고 이에 명탐정 고코타이 가제와 그의 조수인 주인공은 30년 전 그들이 한창 젊은 시절 빛이 나던 때로 돌아가 사건을 되돌아보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


이 소설은 폭탄테러부터 인체신비전과 같은 흉악한 사건들을 말하지만 사건은 비교적 가볍게, 그리고 사건 이후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무겁게 그려낸다.

명탐정은 사건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는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지만 사건이 끝나면 함께 빛을 잃고 퇴장하는 것 처럼 묘사된다.

명탐정은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범인이 체포된 뒤 어떤 죄값을 치루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저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또 다음사건으로 넘어가며 오직 사건을 통해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러한 사건과 사건 사이 그리고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사실 그 때의 추리가 틀렸다면. 범인은 체포되었지만 출소 후 일어날 지 모르는 일 때문에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생존자의 이야기를 통해 후기 퀸 문제를 비롯해 추리소설의 바깥을 공들여 묘사한다.


그리고 이건 내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의 형태를 한 중년을 향한 위로와 격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줌마에게도 블루스는 필요하다고, 그리고 나이 쉰이면 아직 인생의 반환점일 뿐이라고.


무엇보다 추리소설의 바깥, 사건이 끝나고 난 뒤 소설 밖의 진짜 세계를 담은 소설이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왠지 모를 탐정문학에 대한 리스펙까지 느껴지는 작품으로 독특하면서도 가슴 깊이 와닿았던 작품 '명탐정의 유해성'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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