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의 어둠
사와무라 이치 지음, 김진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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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초단편 괴담집 '한치앞의 어둠'.

무려 그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초 단편 괴담집이라니 기대가 안될 수 없는 조합이다.


내가 일본 호러 소설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사와무라 이치 작가인데 그 이유는 정통 호러 소설의 공포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딱 좋을 정도의 추리 미스터리 요소를 더하고 시시리바의 집에 와서는 소년만화 라노벨 스타일까지 녹여내 장르적 변주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무려 히가 자매 시리즈의 세계관의 귀신은 미사일까지 막아낼 수 있다는, 여타 다른 공포소설의 세계관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독특함도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다.


다시 한 치 앞의 어둠으로 돌아와 이 작품은 그간 비교적 장편으로 더 익숙하게 느껴졌던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초단편 괴담집이라 더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공포소설의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면 그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미스터리 추리 요소등을 더하는 등의 변주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초단편이라는 분량에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등골 서늘한 공포감과 여운을 줄 수 있기 때문. 일반 단편도 아닌 초단편 괴담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번 신간 '한 치 앞의 어둠'에는 무려 315페이지에 21편의 단편을 가득채워 넣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괴담 하나에 속표지를 포함해 평균 15페이지밖에 되지 않지만 '선생님, 있잖아요'와 같은 작품은 단 세페이지만으로 여운 가득한 괴담으로 완성된다.


한 치 앞의 어둠의 리뷰를 작성하며 스물한편의 괴담들에 대해 모두 소개할 순 없으나 정말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이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이 많은 괴담중에 네 취향에 맞는 것 몇개쯤은 있겠지~ 하는 작가의 자신감이 보이는 듯 하다.


'명소'와 같은 요즘의 트렌드에 딱 어울리는 기승전결이 명확하며 충격적인 반전까지 갖춘 단편괴담이 있는가하면 '다리아래'나 '수로', '기미지마군'같은 전통적인 이미지의 일본 괴담처럼 끝맛이 씁쓸하며 알 수 없는 찝찝함을 안겨주는 괴담도 있었다. 단 세 페이지로 완성되는 '선생님, 있잖아요'는 이 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괴담의 유형도 다양했다. 오직 가정통신문의 형태로 나폴리탄 괴담 스타일로 진행되는 '가정통신문'을 비롯해 오래된 호텔 벽의 낙서로 진행되는 괴담도 존재했다. 말 그대로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아이디어를 무한정 쏟아내는 것 같아 괴담매니아라면 정말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만원 전철'과 '다리 아래'였는데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가의 생생한 묘사가 어디까지인지 놀라울 정도로 영상을 보는 듯한 감각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 호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오래된 일본의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재밌게 시청했다면 싫어할 수 없는, 호러 오컬트 매니아들을 위한 초단편괴담집 '한 치 앞의 어둠'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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