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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평점 :

노이모션 sf미스터리소설 이서현지음 해피북스투유 출간 서평
이서현 작가의 소설 노 이모션은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관 위에 본격적인 추리 미스터리를 촘촘하게 얹은 작품이다. 이 소설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이라는 요소를 기술로 통제하는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소설 노 이모션의 세계에서 인류는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에게 가장 쓸모없다고 판단된 요소인 ‘감정’을 제거하는 시술을 개발한다. 성공 확률 70%의 위험한 감정 제거 시술을 통과한 사람들로 인해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고, 감정의 유무는 곧 능력과 신분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감정을 제거한 사람과 감정을 가진 사람은 거주 지역부터 수익 구조까지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간다.
주인공 강하리는 감정 제거자와 감정 보유자 사이에서 태어난 ‘감정 무소유자’다. 감정 무소유자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갖지 않은 존재로, 성장 과정에서 대부분 감정 관련 뉴런이 복구되며 감정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강하리는 예외적인 존재다. 감정이 생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나이인 30세를 앞두고도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며, 인류 최초의 ‘영구적 감정 무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강하리는 최초의 감정 제거자 어스가 지배하는 초거대 기업 노이모션랜드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주목받는다. 감정이 없는 직원들로만 구성된 이 기업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강하리는 그 상징적 존재가 될 운명에 놓여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강하리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엽서가 도착하고, 동시에 그녀의 옆집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추리 국면으로 접어든다.
소설은 카드의 발신자, 살인 사건의 배후, 그리고 감정을 둘러싼 인물들의 숨겨진 정체를 하나씩 드러내며 독자를 끌어당긴다. 감정을 제거한 자, 감정을 가진 자, 감정을 제거했다가 다시 돌아온 자, 태어날 때부터 감정이 없던 자, 그리고 스스로 감정을 복구한 자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거짓과 진실을 교묘하게 뒤섞는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끝까지 의심하게 된다.
노 이모션은 SF적 설정을 단순한 배경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미스터리의 핵심 장치로 적극 활용한다. 감정의 유무가 단서가 되고, 감정을 숨기는 행위 자체가 트릭이 되는 전개는 마치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반전과 사건의 연결 방식 또한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탄탄하게 구축된 세계관 위에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추리, 그리고 설정을 끝까지 활용하는 장르적 완성도 덕분에 노 이모션은 SF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감정이 신분이 되는 세계라는 독특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가 분명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