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쓸모 - 하루 1%의 축적이 만든 압도적 차이
억만장자 메신저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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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자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서태웅이 눈 부상을 당한 뒤, 눈을 감고 자유투를 던지는 순간이다. 시야는 가려졌지만 공은 정확히 골대를 가른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서태웅이 천재라서가 아니다. 그가 수만 번 반복한 자유투가 몸에 각인되어 감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니라, 의지가 아니라, 이미 축적된 반복이 그를 움직인다.

억만장자 메신저의 에세이 '반복의 쓸모'를 읽으며 나는 계속 그 장면을 떠올렸다. 이 책이 말하는 핵심 역시 같다. 보이지 않는 반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이나 즉각적인 동기부여를 팔지 않는다. 오히려 방황, 고독, 실패, 무력감 같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시간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터닝 포인트일 수 있다고. 이 문장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읽다 보면 위로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그는 그 말을 직접 거쳐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1장과 2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방황과 고독에 대한 태도다. 우리는 방황을 실패로, 고독을 결핍으로 쉽게 규정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의 시선을 제시한다. 방황은 탐색이고, 고독은 설계의 시간이라는 관점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 성과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사실은 내 안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쌓고 있다는 사실. 이 대목을 읽으며, 괜히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나 자신을 조급하게 몰아붙였을까하고.

3장 ‘운은 노력이라는 단어 위에 쌓인다’는 이 책의 심장이다. 저자는 “노력할수록 운이 좋아진다”는 말을 낭만적인 문장이 아니라, 구조적인 설명으로 풀어낸다. 반복은 감각을 만들고, 감각은 기회를 알아보는 눈을 만든다. 운이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연습해온 사람 앞에 왔을 때 비로소 ‘운’이라는 이름으로 인식된다는 말이다. 다시 서태웅의 자유투 장면으로 돌아가면, 그 공은 기적이 아니라 연습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이 책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언어에 대한 집요한 태도다. 4장에서 저자는 우리가 쓰는 말이 곧 우리가 사는 세계라고 말한다.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는 사소한 언어 습관 하나가 사고의 방향을 바꾼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실패를 설명할 때조차 스스로를 제한하는 언어를 너무 쉽게 사용한다. 이 책은 그런 언어들을 하나씩 걷어내며, 생각의 공간을 넓혀준다.

5장에 이르러서는 삶의 태도가 한층 성숙해진다. 특히 ‘호감을 얻으려는 마음이 인간의 약점’이라는 메시지는 오래 남는다. 잘 보이려다 나를 잃고, 인정받으려다 방향을 잃는 순간들.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많이 흘려보내는 기회라고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 오해받을 용기, 그리고 고독할 용기. 이 세 가지는 사실 같은 말처럼 느껴졌다. 나답게 살기 위한 용기라는 점에서.

'반복의 쓸모'는 책장을 덮는 순간 이제 뭐라도 당장 해내야지라고 등을 떠미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이 느린 반복이 틀리지 않았다고 조용히 말해준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삶이 흔들릴 때, 성과가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아마 이 책의 문장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눈을 감고도 자유투를 던질 수 있을 만큼, 오늘도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연습을 하는 사람처럼.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반복'의 힘을 믿을 수 있게 한다. 반복으로 인해 축적이 시작되고 의미가 생겨가고 있다고. 비록 지금 하루가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뭔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고. 삶에 지치고 고된 하루에 지친 모두에게 조금의 위로로 다가오는 책 '반복의 쓸모'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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