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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로 1 - 특별하게 평범한 동네 슈퍼히어로
team befar 지음 / 클 / 2017년 3월
평점 :

'캐셔로'는 내가 알고 있던 슈퍼히어로물의 문법을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뒤집는 작품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를 먼저 보고 난 뒤 원작 만화를 읽었기 때문에 두 매체를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더 깊은 여운과 재미를 준 것은 단연 만화 '캐셔로'였다. 드라마가 ‘능력을 쓰면 돈이 실제로 소모된다’는 설정을 통해 긴장감과 현실성을 강조했다면, 원작 웹툰은 그 설정을 유머로 승화시키며 작품 전체의 결을 훨씬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원작에서 현금은 힘의 척도이지만, 능력을 쓴다고 해서 돈이 실제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점이 처음에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캐셔로'는 돈이라는 소재를 비극이나 교훈으로 몰아가지 않고 삶의 아이러니로 활용한다. 가난한 상웅과 상안 남매는 여전히 늘 돈이 부족하고, 그래서 늘 선택 앞에서 망설인다. 능력을 쓰는 데 돈이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 자체가 이미 ‘여유 없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히어로로서의 행동은 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이 미묘한 간극이 작품을 더 현실적으로 만든다고 느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캐셔로'에 악당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신 이 만화에는 화재, 빈곤, 노동, 우울, 절망 같은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마주하지만 쉽게 외면해 버리는 현실이 등장한다. 캐셔로의 히어로들은 거대한 정의를 외치지 않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해결되지 않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몸을 움직인다. 이 태도는 거창한 영웅 서사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영웅은 세상을 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티는 누군가의 곁에 잠깐 서 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컷 만화라는 형식 또한 '캐셔로'의 메시지와 잘 어울린다. 짧은 호흡 속에서 웃음을 주고, 마지막 컷에서 조용히 마음을 건드린다. 과장되지 않은 그림체와 담담한 대사는 주인공들의 삶을 더욱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드라마가 서사를 확장하며 감정을 설명했다면, 만화는 여백을 남김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채우게 한다. 그래서 읽고 난 뒤에도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캐셔로'는 “왜 사람은 사람을 돕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삶의 한가운데에 놓아둔다. 가난하고, 지치고, 각자의 사정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돕는 선택을 하는 모습은, 나 역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 되묻게 만든다.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한 히어로, 그 평범함이야말로 '캐셔로'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