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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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은 읽는 내내 “아, 이 말 누군가에게서 꼭 한 번은 듣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화려한 위로나 거창한 교훈 대신,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조용히 건네는 말들이 페이지마다 차곡차곡 쌓여 있다. 수정빛 작가는 말한다.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은 특별한 성공이나 극적인 반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고받는 다정한 말 한마디라고.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다정함을 대하는 태도였다. 작가는 다정함을 연약한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견디게 하는 가장 단단한 힘으로 바라본다. '살아 낼수록 이번 생은 꼭 행복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는 문장은, 불행 앞에서 무너지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음의 자세를 또렷하게 보여 준다. 이 오기는 공격적이거나 독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에 가깝다.


또한 이 책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이 곧 나를 대하는 태도와 닿아 있음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나를 사랑하듯 남을 한 번 더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듯 나를 더 사랑하고 싶다'는 구절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아 온 사람에게 특히 깊이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행동한다. 이 문장은 그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에 대한 정의 역시 인상 깊다. 작가는 사랑을 감정의 고조나 설렘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도 살피는, 이 말도 안 되는 어려움을 안고서라도 기어코 함께하겠다는 투박한 의지가 사랑이라는 말은, 관계를 지켜 내는 일이 얼마나 성실한 선택의 연속인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 속 사랑은 달콤하기보다 현실적이고, 아름답기보다 진득하다.


무엇보다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조용히 건네는 책이다. '당신의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슬픔을 겪었으니, 아주 먼 인연도 인연이라고'라는 문장은, 책을 읽는 독자와 저자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나만 이런 마음을 겪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이별, 관계의 끝에 대한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이별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 그저 인연의 끈이 여기까지였음을 알리는 위무의 시간'이라는 문장은 이별을 미워하지 않게 만든다. 상처를 남긴 관계마저도 함부로 부정하지 않고, 그 시간의 의미를 지켜 주려는 태도가 이 책 전체에 흐른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닫게 된다. 나를 살린 것은 늘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라는 아주 평범한 문장이었다는 것을. 다정한 말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않지만, 무너질 듯한 하루를 견디게 한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결국 삶을 만든다.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은 힘내라는 말에 지친 사람, 스스로에게 너무 냉정해진 사람, 그리고 여전히 다정함을 믿고 싶은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내 곁에서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오늘을 붙잡아 주는 다정한 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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