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작은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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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에세이와 인스타툰으로 구성된 얼핏보면 귀여워보이는 그림의 이 책은 ‘아픔’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게 만든다. 이 책은 자가 면역 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저자 작은콩이 2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병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담담한 만화와 글로 풀어낸 기록이자,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장기다. 흔히 투병기는 고통과 극복에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설은일기는 끝내 ‘이겨냄’보다 ‘함께 살아감’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극복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책 속 저자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더 버티면, 반드시 원하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20대의 ‘노력 중독’은 오늘날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날아든 희귀병 진단서 한 장은 그 믿음을 송두리째 흔든다. 이전까지 미덕이었던 성실함과 인내가 오히려 자신을 해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읽는 내내 씁쓸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감이 커서 뒤이어 따라오는 위로도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아픔이 있다’는 메시지다. 교통약자배려석 에피소드는 이 사회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고통을 재단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와 시선을 감당하며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 시선은 결코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또한 이 책은 병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부모 세대와의 관계, 커리어에 대한 불안, 뒤처지는 것 같다는 초조함,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막연한 압박까지, 2030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설익은’ 삶이라는 표현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불안하지만 그렇기에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지나고 보면 서른이란 나이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이도 더 지나고 보면 똑같지 않을까 싶어 괜히 위로받는 기분을 한번 더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설은일기가 주는 가장 큰 위로는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는 인정이다. 더 빨리 가지 않아도, 남들만큼 성취하지 못해도, 아픈 몸으로 느리게 가더라도 삶은 여전히 의미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조금은 다정해져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라면, 설은일기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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