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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토호 - 모두가 사라진다
니이나 사토시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호러명가 북로드에서 출간 된 니이나 사토시의 공포미스터리소설 아사토호 - 모두가 사라진다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니이나 사토시의 작품이다.
1992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와 와세다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연구 수사과정을 수료했다는 내가 좋아하는 두가지 요소, 똑똑하며 젊다는 점을 모두 충족시키는 작가였기 때문에 특히나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기대 그 이상이었다.
공포소설로서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생생한 장면의 묘사와 이야기의 서사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고,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소재로 사용되는 모노가타리 역시 문학연구 수사과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문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표현되어 이야기에 전문성과 깊이감을 더해주었다. 심지어 호러 미스터리라는 표현에 걸맞게 반전이 주는 재미요소까지 확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읽으며 피부로 와 닿았던 점은 작품의 주제의식이었다. 보통 호러소설이라고 하면 장르적 재미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많은데 이 작품은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가 분명해 작품을 읽으며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 중 주인공 나쓰히는 소꿉친구 아키토와 자매 아오바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중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아오바의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 사건 이후 아키토와 나쓰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아오바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둘의 기억 속에서만 아오바가 존재하게 된 것. 세계선을 이탈한 아오바를 꼭 찾아내겠다는 아키토의 약속은 시간속에 희미해지며 나쓰히는 대학생이 되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나쓰히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서 묘하게 익숙한 실종사건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아오바를 둘러싼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키토와 함께 아사토호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작 중 모든 사건에 조금씩 발을 걸치고 있는 아사토호라는 소재 역시 훌륭하게 표현되었는데, 산일된 모노가타리의 일종으로 전문적이면서도 일본의 옛스러운, 적막하면서도 소름끼치는 옛 분위기의 공포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읽으며 역시 와세다 문학연구수사과정!이라며 연신 감탄했을 정도.
니이나 사토시의 호러미스터리소설 아사토호는 결국 원인과 결과,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통해 결과가 정해진 삶에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미 정해진 결과에 뒤늦게 이유를 가져다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 심오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떠나서 공포소설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게 읽힌다.
읽는 내내 소름끼치게 무섭지만 한켠으로는 왠지모를 아련함을, 그리고 일본 특유의 신비스러움을 모두 담은 작품 아사토호를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