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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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3인 지음 한끼 출간


이번에 읽은 책은 네 편의 단편 작품으로 이루어진 앤솔러지로 메가 시티 서울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울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이 책에 끌리게 되었고 다음으로 매력적인 앤솔러지의 표지 디자인에 반해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첫번째 작품인 정명섭 작가의 작품 '사라진 소년'부터가 40년 전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앤솔러지의 컨셉에 맞게 독특한 레트로풍의 디자인으로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북테리어용으로 책장 한 켠에 고이 소장할만큼 마음에 쏙 드는 매력적인 표지였다.


미스-터리, 인터-뷰 와 같은 옛 느낌 물씬 풍기는 표기부터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한자 병용까지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며 작품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그 중에도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아 보자면 가장 익숙한 작가인 정명섭 작가님의 작품이자 사회파 추리소설처럼 느껴졌던 사라진 소년이었다.


사실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네 분의 작가님들 중에 가장 익숙한 작가였기도 했으며, 다른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과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를 비롯해 특히 재미있게 봤던 킬러 소설 미스터 쉐도우 덕분에 더 많은 기대를 하며 펼친 작품이기도 했다.


1987년 개웅산에서 네명의 소년이 실미도 사건으로 총살당한 군인들의 무덤을 찾아 산을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해 40년이 지난 현재로 돌아와 네 명의 소년 중 한명이 40년 전 그 날 실종된 친구의 편지를 받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서울 속 실미도 사건이라는 소재와 일상의 거리감이었다. 이 작품에서 실미도 사건은 소재 속 소재로 그렇게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작품 속 가장 중요한 사건은 현재의 협박이며 그 다음이 40년 전 그날 사라진 초등학생 사건이며 마지막으로 실미도 사건이 파이를 차지한다. 결국 실미도 사건은 이 단편 작품 내에서 중요한 듯 비중이 크지 않게 다뤄진다. 실제 서울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역사적 사실로서의 실미도 사건 역시 딱 그정도의 거리처럼 느껴져서 더 울림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거창하게 뭘 하자는 것 보다 이름이라도 기억하자는 메세지와도 특히 잘 어울렸던 것 같고.


그 외에도 10년 째 한국에서 거주중인 외국인의 입장을 잘 살려 써내려간 사라진 여인과 재개발 광풍을 다룬 이야기들이 우리 삶에서 익숙한 지역인, 그래서 더더욱 생활감을 느낄 수 있는 개봉, 연희동, 혜화와 신촌 등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익숙한 곳에 얼마나 알지 못하던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숙하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지역과 더 가까운 독자라면 얼마나 더 큰 감흥을 얻을 수 있을지 많이 부러워하며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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