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하공포소설추천 양재천기담 소중한책출간 서평

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서울과 나름 거리가 있는 안양에서 살아온 내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양재천은 현실감이 없는 공간으로 다가오지만 서울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양재천은 내가 안양천에서 느끼는 것 처럼 그저 삶의 가까운 한 배경처럼 느껴질 것 같다.

남유하 작가의 양재천기담은 그렇게 우리 주변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8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심지어 픽션이 된 실화라는 강력한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현실속 생생한 공포를 그릴 것 처럼 예고한다.

하지만 막상 펼쳐본 여덟편의 이야기들은 예상과 달랐다. 하나같이 환상적이며 기묘하며 그로테스크하다. 이제서야 이 책의 제목이 양재천괴담이 아닌 양재천기담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수록된 단편작품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하나같이 기이하고 요사스러운 이야기들이지만 책에 소개된 순사와 상관없이 인상깊었던 순서대로 말하자면

첫번째가 바로 품은만두였다. 이런 기담과 실화가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지 의심하게 만들었던 작품으로 바로 전에 읽은 '살'은 이 작품에 비하면 현실적이며 실화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수준이었다.

사람 몸에서 만두가 나오고 심지어 그 만두가 중독성이 어마어마하다는 내용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실화라고 굳게 믿는 채로 읽으면 오묘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정말 현실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시어머니와의 티타임을 꼽을 것 이다. 잘 만든 단편 스릴러 느낌의 작품으로 정말 어딘가에선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공포가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묘하고 난해한 작품은 사유지였다. 한번 읽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 두번 읽고서야 어렴풋이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실화와 환상의 경계를 잘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도저히 실화라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실화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시작하는 이 단편소설들은 오히려 그 역설을 이용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이 실화라고 믿기 불가능한 이야기들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지 묻는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멀리하고라도 무더운 날씨에 등골 서늘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이 책, 양재천 기담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