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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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허 SF소설추천 영원을향하여 서평 반타 출간


이번에 읽은 책은 안톤 허의 영원을 향하여.


아직은 작가보다는 번역가로 더 유명한데 이 소설 영원을 향하여로 인해 작가로도 유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특이한 점은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번역했는데 이 소설 'toward eternity'는 정보라 작가가 한글로 번역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안톤허, 허정범이라는 한국인 작가에 의해, 한국에서(그것도 지하철에서) 영어로 씌여진 뒤 한글로 번역되었다는 점이다. 안톤 허 작가는 번역을 맡을 만큼 한국어가 어색하지도 않을텐데 영어로 소설을 썼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이 모든것이 그의 어린시절 꿈인 영문 소설가가 되기 위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사실에 감탄만 나온다.


최근에 읽은 책이 한국인이 한국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사람들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호러미스터리소설이었는데 문학은 정말 다양하게 다가온다는 점 또한 느껴졌다.


안톤 허의 영원을 향하여는 얼핏 느끼기에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는 소설처럼 느껴진다. 가까운 미래, 나노기술이 대부분의 질병을 극복하고 인간의 몸을 나노봇으로 대체하면서, 사실상 죽지 않는 삶이 가능해진다. 연구소의 환자 한용훈은 시를 이해하도록 인공지능 파닛을 가르친다. 한용훈은 어느 날 갑자기 공중에서 분해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과연 돌아온 존재가 진짜 용훈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어린 시절 순간이동을 하는 만화나 영화를 보며 그런 의문을 느낀 적이 있다. 내가 이 곳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난다면 새로 나타난 나는 내가 아니라 나랑 똑같은 복제인간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이 소설 속에서도 비슷한 의문을 더 본질적으로 묻고 있었다.


이후 파닛의 의식은 안드로이드 몸으로 옮겨지고,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세상에 등장한다.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의 기록 형식으로 전개되며,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조금 헷갈리기 쉽다. 이 소설은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인물들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며, 읽는 사람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I가 시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과정이다. 언어와 감정이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 믿어왔던 생각이 흔들리며,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다움은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신체가 아닌 기억, 감정, 언어가 진짜 인간의 본질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이 복제된 존재에게도 해당될 수 있을까.


소설은 이런 질문들을 빠르게 던지기보다, 천천히 느긋하게 고민해볼 수 있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따라가야 하고, 시간의 흐름도 순차적이지 않아 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각 인물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든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소설은 ‘영원’이라는 말에 담긴 무게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이 영원하다는 건 축복이 아니라 고독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다. 나 또한 최근 느끼고 있는 점이지만 영원하다는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경험과 함께 남겨진 이들의 무게감이 더 가슴깊게 다가오며, 용훈처럼 존재의 본질을 알 수 없더라도 말 그대로 뿅 하고 누군가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이야기는 처음에는 SF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문학과 철학에 가까운 이야기다. 읽고 난 후에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감정, 시, 사랑 같은 것들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영원을 향하여는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오히려 굉장히 심오하고 어렵지만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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