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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구시키 리우 작가의 신작, 소년농성으로 새빨간 표지에 총을 든 소년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먼저 작가 구시키 리우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국내 출간된 작품이 사형에 이르는 병과 tiger로 이번 소년농성이 세번째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이다.
나는 세 작품을 모두 읽어보았고 그 중 소년농성이 단연 이 작가의 고점이라 생각하게 되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접하게 된 제대로 된 찐 사회파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구시키리우의 소년 농성은 온천마을 거리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지방의 온천 거리라는 배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의 온천 마을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작용하는데, 그야말로 전국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숨어 음지의 일을 하며 가난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그렇기때문에 자식에게 밥을 챙겨주는 당연한 일을 하는 부모가 오히려 눈에 띄고 대부분은 방임, 심하면 학대가 일상이다. 몰래 흘러들어와 음지에서 살아가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곳이 일상인 지방 온천 거리에서 쓰카사는 부모로부터 밥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식당을 운영하며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동복지를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그의 내면에는 아주 오래전 지키지 못했던 어린시절의 친구 리리코에 대한 속죄가 담겨있다.
나름의 규칙으로 흘러가던 온천마을에서 심하게 폭행당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 마세 도마가 경찰을 찌르고 탈취한 총을 들고 동료 게이타로와 함께 쓰카사가 운영하는 어린이식당을 점거하며 인질극을 벌이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소년 마세 도마의 요구는 단 하나, 진짜 범인을 밝혀낸 후 자신에게 사과할 것.
여기서부터 어이가 없어지는데, 보통 이런 포지션의 소년이라면 스스로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피해자 이미지가 강한데반해 마세 도마는 저지른 죄와 입에서 나오는 말 모두가 인간 쓰레기 그 자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정말 이 녀석이 죽인게 아니란 말인가 하는 의심이 계속해서 들 정도.
거기에 왠지모르게 본능적이며 잔인한 도마와 쓰카사의 신경전에 제한된 인질수와 제한덴 총알수까지 얽히며 스릴러 장르의 재미는 배가 된다.
잔인하게 소년을 학대한 살인마는 누구인가.
무관심과 학대가 키운 괴물 마세 도마는 무엇인가.
사라진 리리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는 여기 도로코베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압니다. 아이를 소모품 이하로밖에 보지 않는 인간들이 분명 있어요. 그들에게 아이는 관계를 하면 멋대로 생겨나는 여드름 정도의 존재에 불과하죠. 거기에 생명의 존엄성이니 인권이니 하는 감각은 없습니다." 232P
아이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어른처럼 체면을 차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때때로 잔혹해진다. 심술궂게 굴기도 하고 난폭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심각한 악의는 없다. 대개는.
'그래, 대개는.' 370P
다양한 의문점들을 안고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아동방치와 학대, 공무원들의 무관심과 경찰행정의 무능력함과 안일함 등 다양한 사회파 미스터리다운 주제들을 선보이며 진행되다 결국은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큰 재미라고 볼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주는 재미로 끝을 맺는다.
무더운 여름 읽는 내내 등골 서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구시키리우 작가의 소년농성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