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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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수사시리즈 18 반란의여름 서평 북하우스출간 엘리스피터스 지음



엘리스 피터스의 대표작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열여덟 번째 작품인 반란의 여름은 그간 익숙한 수도원이 아닌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소설이다. 캐드펠은 마크수사와 함께 교회를 대표해 웨일스로 파견된다.


원래는 큰 긴장감 없이 흘러갈 평화로운 외교사절이었지만 가는 곳 마다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중세판 김전일답게 곧 살인 사건과 납치 그리고 정치적 갈등이 얽히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캐드펠의 포지션이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는 사건을 풀어내는 탐정보다는 지켜보는 관찰자에 가깝다. 사건의 중심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주변에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차분히 살핀다.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캐드펠과 함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선택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캐드펠이 덴마크 용병들에게 포로로 잡힌 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사람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장면이다. 이 모습에서 캐드펠이 여느 추리 소설의 단순한 탐정 역할이 아닌, 인간에 대해 이해하려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고요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만들어 준다.


​또 이 소설은 보통의 추리 소설이 아닌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중세 웨일스의 역사적 배경과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당시 웨일스는 잉글랜드 및 교회권의 영향 아래 있었고, 성직자의 결혼 정책 같은 종교적 변화도 겪고 있었다. 여기에 왕족 간의 갈등과 덴마크인들의 개입이 더해지며, 정치와 신앙이 복잡하게 얽힌 한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작품은 빠르게 범인을 찾는 추리물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을 중심에 둔다. 사건보다는 사건 뒤에 숨은 인간의 모습이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도 중세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고, 나처럼 느린 전개를 잘 참지 못하는 고자극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만큼 훌륭한 소설이었다.


캐드펠 시리즈가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고, 중세 시대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따뜻한 추리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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