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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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세이지 일본고전추리소설 신주로 서평 시공사출간

우리에게는 소년탐정 김전일이 맨날, 사람이 죽어나갈 때 마다 대신 명예를 거는 일본추리소설계의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로 유명한 요코미조 세이시 작가의 추리소설 신주로를 읽었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보다 더 이전에 발표된 작가의 초기 탐정 시리즈인 유리 린타로 시리즈이면서, 그 유리 린타로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첫 장편소설이었던터라 읽기 전부터 꽤 큰 각오가 필요했는데요.

일본에서 1936년에 출간된 소설인만큼, 문체부터 구성까지 조금은 힘들게 읽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소설 '신주로'는 술술 읽힙니다.



시나군, 그 여자는 매우 교활해. 하지만 난 그보다 더 교활해질 생각이네. 그쪽에서 원하건 원치 않건 반드시 그 비밀을 풀어보이겠어. p57




소설은 대학의 두 강사, 시나 코스케와 오츠코츠 산시로가 일본의 오지 마을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곳에서 은퇴한 의사 우도의 저택에 초대받아 비밀을 숨기고 있는 여인 유미를 만나게 되며 요사스럽고 기이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그리고 거기 있는 당신 동행도, 댁들 앞에 얼마나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 피, 피냄새다. 나는 맡을 수 있어. 당신들 주변에 이제 곧 무서운 피의 비가 내릴거야. N 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아, 무서워 p37



보통은 접근하기 힘든 고립된 마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예언을 떠드는 노파, 기이한 구조의 오래된 저택과 속내를 짐작하기 힘든 다양한 등장인물 등 소설 신주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추리소설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그리고 괜히 고전이 고전이라 불리는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신주로가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른 것이 아니라 이 이후 출간된 많은 추리 소설들이 신주로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법을 뒤따라 간 것이었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덕분에 소설 '신주로'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익숙하고 쉽게 읽힙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유리 린타로 시리즈 이후에 출간되었을 긴다이치 쿄스케의 손자 김전일 시리즈를 소설로 써내려간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김전일이 요코미조 세이시 풍의 추리소설을 코믹스화 한 것이겠지만요.



​이렇게 성미에 맞지 않고 손에도 익지 않은 펜을 쥐고 이 무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흔해빠진 살인 사건이 아니라 참으로 영리하고, 그야말로 악마의 지혜조차 미칠 수 없을 만큼 교묘히 기획된 사건이라는 점을 최근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부터가 왠지 기적처럼 느껴진다. -중략- 그만큼 무섭도록 교묘하게, 그리고 더없이 비인간적인 지혜로 구성된 사건이었던 것이다. p75




회상 형식의 기록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 얼마나 무서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와 같은 익숙한 표현들과 요사스러우면서 기괴한 묘사들이 이 추리소설에 공포를 더해 읽다보면 등골 서늘해지는 재미있는 고전 추리소설로 완성됩니다.

신주로를 시작으로 긴다이치 고스케 못지 않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앞으로 또 다른 유리 린타로 시리즈도 찾아보게 만든 일본고전추리소설 '신주로'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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