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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 아름다운 밤에
아마네 료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5월
평점 :

믿고 보는 블루홀식스의 25년 5월 신작은 아마네 료 작가의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다.
일본 특수설정 미스터리 소설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는 연쇄살인마를 쫓는 탐정의 이야기다.
나한테는 공감각이 있어. 공감각이란 글자에서 색을 보거나 소리에서 냄새를 느끼는 것 같은 특수한 지각 현상을 말해.
내 경우에는 소리에 청각과 함께 시각이 반응해서 어떤 소리를 들으면 색이나 형태가 보여. 29p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풀태워 '플레임'이라는 이명을 얻은 연쇄살인마를 체포하기 위해 공감각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탐정 오토미야 미야와 플레임에게 여동생 가렌을 잃은 소년 산시로는 탐정과 조수가 되어 조사를 시작한다.
여기서 공감각이란, 여러가지 감각이 연동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대략 10만명 중 한명에게 발현되는 감각기관 초월 현상으로 오토미야에게는 청각에 시각이 연동되어 소리를 들으면 색상으로 표현되는 능력으로 발현된다.
덕분에 그녀는 빗소리에서 누구도 찾지 못한 공간을 소리로 파악하거나 녹음파일을 통해 위치를 특정하거나 하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도 보여준다.
물론 그녀의 공감각이 가진 가장 큰 핵심적인 능력은 상대의 목소리를 통해 '살의'를 감지하는 것이다. 살인마의 목소리는 오토미야에게 붉은 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
이러한 특수설정을 바탕으로 소설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는 대놓고 '와이더닛' 미스터리의 새 지평을 여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와이더닛이라는 건 미스터리의 유형 중 하나야. 범인이 범행을 왜 저질렀는가?, 즉 범행동기가 핵심인 미스터리를 뜻해. 다른 유형으로는 범인 맞히기에 중점을 둔 후더닛과 트릭 해명에 중점을 둔 하우더닛이 있어. 212p
작품 속에서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주장하는 사건에 대한 추리가 있고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와이더닛과 후더닛으로 갈라져 추리를 시작한다. 추리소설이라면 와이더닛과 후더닛, 하우더닛을 완벽하게 분리해서 설명할 순 없겠지만 이 작품은 범인의 동기를 밝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범인의 정체까지 따라오는 와이더닛의 문법을 훌륭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 외에 유독 웃겼거나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소개드리면
그 사과 마크 달린 노트북은 일반인에게는 조작법이 너무 어려워 주로 창작자들이 사용하는, 별로 대중화되지 않은 컴퓨터 아닌가요? 59p
애플에 대한 뒤틀린 시선이 돋보이는 장면
외모는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로 보이고, 자신을 '아야코'라는 삼인칭으로 부르며, 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양을 떠는 중학생. 193p
아야코가 아야코는~ 이라고 할 때, 나도 거부감을 느꼈으면서 일본이니까 저게 일상이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알고보니 아야코가 일본에서도 매우 독특한 케릭터였던 것을 깨닫게 된 장면... 선입견 반성한다.
기생수가 바이블이라고 하는 걸 보면 나랑 성격도 잘 맞을 것 같고. 그 책은 분명 인류 최고의 걸작이니까. 197p
그리고 기생수에 대해 언급해 반가웠던 장면, 데스노트를 비롯해 다양한 다른 작품들이 작 중 언급된다.
아마네 료 작가의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는 소년탐정 김전일로 대변되는 후더닛과 하우더닛은 정말 많이 접해보았지만 와이더닛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작품은 같은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방주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 미스터리소설 장르의 팬으로서 더 뜻깊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또한 그저 추리의 도구로만 사용되고 버려질 수 있었던 소재인 공감각 역시 작품 내에서 비중있게 다뤄져 특수설정 미스터리로도 그 재미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일본 추리소설에 질려 책테기가 온 추리소설팬분들께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특수설정 와이더닛 미스터리소설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