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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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은 미국 작가 나나 크와메 아제 브레냐가 쓴 장편소설로, 가까운 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가로, 검색을 하게 되면 전미도서재단이 선정한 젊은 작가 5인에 선성되기도 했는데 나이가 91년생으로 33세의 나이에 이 정도의 재미와 사회적 메세지까지 담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게 다가왔다.


체인 갱 올스타전은 CAPE라는 이름의 국가 승인 민영 기업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이 프로그램은 장기 복역수나 사형수가 생존 게임에 참여하면 자유를 얻을 기회를 준다는 명목 아래, 그들의 생존 경쟁을 생중계하고 오락화한다. 말 그대로 죄수들이 투기장에 끌려나와 서로를 죽이며 살아남는 모습을 쇼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책의 뒷표지를 보면 1984와 시녀이야기와 이 책의 주제의식에 대해 비교하고 있었는데, 나는 다카미 코슌의 배틀로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의 무게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는 해결방식이 매우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


또 다른 시선으로는 죄 대신 가난으로 구경거리가 되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오징어게임이나, 거의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시대적 배경이 과거와 미래로 극명하게 갈렸던 영화 글레디에이터가 떠오르기도 했다. 계급과 독재를 배틀로얄 방식으로 풀어냈던 헝거게임 역시 연상되었지만 직접적으로 전하는 문제에 대한 메세지의 무게는 체인 갱 올스타전이 가장 밀도있게 느껴졌다.


주제가 주제다보니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 주인공 서워와 스택스 역시 범죄자의 신분으로 배틀그라운드에 참여하고 있다. 흑인에 성소수자이며 사형수인 것. 둘은 같은 체인에 소속되어 사랑을 키워가며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지만 결국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단순한 죄수나 투사라기보다는, 인간성과 윤리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존재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체인을 이루었지만 곧 생사를 가르는 싸움에서 갈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 시스템에 순응하면 자유가 보장되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깨닫게 되는 모순.


작가는 그런 갈등과 딜레마를 통해 인물들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줄거리를 모두 드러낼 수는 없지만, 단순히 목숨을 건 경쟁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과 감정의 변주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에서 표현되는 그 어떤 등장인물들이 죽어도 전혀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그들의 죄질을 보면 살아있는게 더 사회에 해악이 될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

아이러니한 점은 소설 속 그들조차 자신들의 존재 가치에 대해 나와같이 비슷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들의 죽음을 기꺼워하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내 모습을 통해 나 역시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프로그램의 시청자와 별 다를바 없구나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는 명확하고도 날카롭다. 미국의 감옥 산업 복합체, 사법 시스템의 인종차별적 구조, 그리고 자본주의가 인간 생명을 어떻게 상품화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유색인종이 과도하게 형벌의 대상이 되는 현실, 수감자들의 노동이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작품은 내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윤리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지 무거운 주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도 상당하다.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피해자나 영웅이 아닌,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 소설이 500p가 넘는 장편임에도 펼친 그 자리에서 다 읽게 해주는 것은 이 소설이 언젠가 성공적인 미디어믹스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혹은 애니로라도 등장할 것이라 확신을 갖게 하는 전투 장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였다.

각기 다른 매력적인 무기를 휘두르며 거칠고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표현되는 배틀그라운드의 전투장면은 소설을 읽고 있지만 이미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그 장면이 재생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강렬한 사회적 메세지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원하는 분들께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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