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 개정판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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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신조 호러소설추천 흉가 서평 북로드출간



흉가는 일본 호러 미스터리의 대가 미쓰다 신조가 200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 시리즈' 중 하나다. 국내에는 가장 먼저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며, 시리즈 전반에는 '어린 주인공이 낯선 집으로 이사한 뒤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이라는 공통된 테마가 흐른다.


주인공 쇼타는 평소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초등학생이다. 가족과 함께 외딴 산 중턱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사 당일부터 쇼타는 설명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고, 그 감각은 집 주변의 이상한 형체, 밤마다 누군가를 본다는 동생의 증언, 정체불명의 노파 타츠미가의 센과의 만남 등을 통해 점점 현실이 되어간다. 집에는 과거 타츠미 가문이 몰락하며 남긴 괴이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고, 그 흔적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일본 전통 민속 요소를 미쓰다 신조 특유의 기이한 방식으로 엮는다. 신성한 산을 둘러싼 금기, 뱀신의 저주, 타인을 감시하는 기이한 풍습 등은 단순한 괴담을 넘어서서 하나의 민속적 신화를 구축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지 공포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공포스러운 진실에 점차 다가가는 실마리가 되어 독자에게 자연스레 긴장감을 부여한다.



무엇보다 흉가의 강점은 '보여주지 않는 공포'에 있다. 무언가 있다고 느껴지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형체들이 주는 불안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물리적인 위협보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더 깊게 스며들면서, 어느새 독자 역시 쇼타와 함께 그 집 안에 갇혀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공간이나 구조 묘사에 있어서는 다소 복잡하고 불친절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L자 구조, 산 중턱의 위치 등 독자 입장에서 공간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리기 힘들다는 점은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가독성 자체는 뛰어나서 한 번 책을 잡으면 놓기 힘든 흡입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론적으로 흉가는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가장 낯설고 두려운 장소로 바꾸는 공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람보다 집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고요한 공포를 쌓아가다 극적인 장면에서 긴장을 터뜨리는 전개는 미쓰다 신조다운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공포물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처음 호러 미스터리를 접하는 이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양장본으로 되어 있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은 그저 책장에 꼽혀있는 것 만으로도 장르소설에 빠져 있는 내게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게 만드는 것은 덤.



다가올 여름밤을 서늘하게 만들어줄 무시무시한 호러소설을 찾고 있다면 미쓰다 신조의 흉가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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