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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2월
평점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소설 작가 시라이도모유키의 소설을 출간하고 있는 갓친서, 내 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출간된 오자카지 다쿠마의 최신작 거울 나라를 읽었습니다.
단행본 표지 오른쪽에 타원형의 클래식한 거울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한 여성의 얼굴이 크게 비쳤다. 특징적인 것은 그 거울이 X자를 그리듯 네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는 점이다. p9
소설은 2063년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로 불리던 미스터리의 여왕 무로미 쿄코의 조카 사쿠라바 레이가 이모가 사망한 뒤 저작권을 상속받으며 유고 '거울 나라'를 출간하게 되며 시작합니다. 무로미 쿄코와 평생을 함께 한 담당 편집자는 유작 거울나라의 원고에 삭제된 분량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화자인 조카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거울 나라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카자키 다쿠마의 소설 거울 나라에는 무로미 쿄코의 유작 거울나라가 온전히, 결말까지 담겨 있습니다.
무로미 쿄코의 거울나라는 화자인 히비키의 시선을 따라 진행됩니다.
작중 소설 거울나라는 어린 시절 친구 무로미 쿄코의 자전적 소설이면서 동시에 직접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실화기반의 소설로 쿄코가 20대이던 2020년대를 배경으로 그녀가 아직 미스터리 소설로 데뷔하기 전 겪어왔던 삶의 과도기를 히비키의 시선을 통해 그려냅니다.
"내가 예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야. 내 가장 큰 가치는 외모에 있어.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나는 오히려 자랑스러워."
히비키는 사토네의 그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p330
이 세상은 거울 나라다.
모두가 거울을 앞에 두고 살아간다. 외모로 제멋대로 우열이 매겨지고, 칭찬받거나 비난받거나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신경쓰면서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모든 사람은 선택의 여지 없이 이런 세상에 내던져진 피해자다. p360
그녀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사토네와 재회하고 곧 이어 이오리와도 재회합니다. 여기서 무로미 쿄코가 소설 거울나라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가 드러나는데요.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이오리와 화상으로 외모에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방송 스트리머 사토네, 아이돌 출신으로 누가봐도 아름다운 외모지만 신체이형장애로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히비키의 모습을 통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을 중요시 하는 외모지상주의의 현실을 비판합니다.
그렇게 로맨틱 혹은 성장 소설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나 싶을 때 사토네가 화상을 입을 당시 사토네의 집에서 의문의 수상한 남자를 이오리가 목격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며 세 친구는 방화범의 존재를 의심하고 추적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미스터리소설로 장르를 전환합니다.
독자인 저는 미스터리 여왕 무로미 쿄코의 거울나라를 읽으며 작중 일어나는 방화사건에 대한 진상을 쫓으며 한편으로는 작품 바깥에서 사쿠라바 레이와 함께 거울나라에서 삭제된 원고의 단서 역시 추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꺼운 페이지가 줄어들어갈 수록 제목 거울나라에 숨겨진 의미가 하나둘 밝혀지며 촘촘하게 잘 짜여진 미스터리소설만이 줄수 있는 장르의 쾌감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사쿠라바 레이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작품 속 소설로서의 거울나라에 몰입해 읽었는데요. 삭제된 원고 없이 넘겨진 원고 그대로의 거울나라 역시 매우 완성도 높고 재미도 훌륭해 소설 속 설정이지만 왜 쿄코가 일본의 미스터리 여왕으로 불렸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는데요. 추후 작품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한번 더 모든 것이 뒤집힐 때는 무라미 쿄코가 아니라 오카자키 다쿠마에게 입을 떡 벌리고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592p라는 미스터리 소설중에서도 두꺼운 벽돌책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모두 의미없이 버려지지 않고 의미있게 채워진 소설 거울나라.
작품 속 무라미 쿄코의 거울나라도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지만 오카자키 다쿠마의 거울나라는 훨씬 더 놀라운, 말 그대로 수준이 다른 한차원 위의 완성도와 미스터리 소설의 장르적 재미를 보여준 소설로 모든 미스터리 소설 장르의 팬들에게 이 책 '거울나라'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