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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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김동식 작가님의 초단편소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복날은 간다라는 닉네임으로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초단편소설들을 써서 올렸는데요.

저는 뒤늦게 작가님의 단편들을 읽고 닉네임으로 검색해 하나하나 즐겼었구요.

이번 허블 동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은 이런 초 단편 소설에서 조금 더 분량이 길어진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한편에 4~50p 분량 정도의 단편소설이 표제작을 포함해 총 세편이 수록되 있어요.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첫번째 단편, 현실 온라인 게임

김남우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인 홍혜화를 통해 현실 온라인 게임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 현실 온라인 게임은 굉장히 특이한데요. 휴대폰 어플을 통해 퀘스트를 전달받고 실제 해당 장소에 가서 지정된 미션을 수행하면 경험치와 극소량의 현금을 퀘스트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클래스를 정하고 퀘스트를 수행해 레벨을 올리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이 스킬이 허무맹랑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 김남우와 홍혜화는 열심히 이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선결제 된 택시가 지정된 위치에 도착하고 성직자의 스킬 힐링을 사용하게 되면 호캉스 이용이 가능해지는 식이죠.

그리고 열심히 현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김남우는 이 게임이 어떤 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두번째 단편, 이세계 과몰입 파티

김남우는 카페에서 우연히 TRPG를 즐기는 듯한 세명의 남자를 만나고 홀린듯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무리의 리더인 최무정은 자신들이 TRPG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전생의 용사들이었으며 그 기억을 되찾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을 복원하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김남우는 컨셉이겠지 생각하면서도 이들의 놀이에 빠져들고 그날 밤 이세계에서 자신이 정말 용사가 되어 있는 꿈을 꾸게 됩니다.

이 단편은 결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로 다가오는 점이 매우 감명깊었습니다.

세번째 단편, 내일을 부르는 키스

김남우와 홍혜화는 우연히 방문하게 된 관광지에서 키스를 하게 되고 키스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오늘이 반복되는 저주에 걸리고 맙니다.

둘의 사랑은 어떠한 역경 앞에서도 영원할 수 있을까요?

가장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그 당시의 작가님 스타일에 가깝다고 느껴졌던 단편이었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한계 그리고 배신과 반전이 짧은 분량에 모두 담겨 있어 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편소설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꼽자면

"와! 어떤 게임이죠? 저도 게임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은 안 하지만 한때는 로스트아크 랭커였거든요. 와우에 검투사라고 있는거 아십니까. 그거였습니다.

제가 테라랑 아이온도 되게 많이 했었고요. 아 혹시 혜화 씨는 무슨 게임 하시죠? 마비노기 하십니까? 아니면 라그나로크?" p11

이 부분인데요. 소개팅 나가서 급발진하면서 온갖 게임에 대한 이력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김남우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공감이 됩니다. 심지어 와우 검투사 출신이면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구요.

소개팅녀가 원피스보고 있다고 하자 의류인줄 모르고 에이스 죽을 때 눈물 흘렸다며 열변을 토했다던 글도 떠오르네요.

단편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 세 작품을 통해, 그리고 익숙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통해 그 때 그 당시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을 커뮤니티에서 읽던 재미를 떠올렸는데요.

소설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임팩트있고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구라치준의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에 수록된 단편 'ABC살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긴 분량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야 말로 책의 첫페이지를 펼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틈틈히 시간 날때마다 재미를 위해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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