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스터 쉐도우
정명섭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정명석 작가님의 미스터 쉐도우를 읽었습니다.
소설 미스터 쉐도우는 영화의 오프닝처럼 '딸이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딸을 잃고 세상에 절망한 아버지 박기태의 의뢰를 받은 킬러 미스터쉐도우의 통쾌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으로 느와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상남자의 소설이었는데요.
이런 스타일의 소설은 극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매력에 따라 재미가 결정되곤 하는데, 한국추리문학상 대상까지 받고 역사물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소설을 쓰는 정명섭 작가님은 뛰어난 필력으로 가장 매력적인 킬러 '그림자'를 표현하는데 성공합니다.
일단 알아보고 이번 일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네 딸의 죽음에 연관된 모든 놈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 주지. 직접 가담하지 않았어도 전부 처리할 거야. 그게 내가 일하는 방식이거든. p76
킬러로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며, 돈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의뢰를 받으며 스스로 정한 기준에 의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그림자는 순간의 변덕으로 딸을 잃고 간절하게 복수를 원하는 아버지 박기태에게 복수를 약속합니다.
"인생에는 말이야, 편하게 가는 지름길 같은 건 없어. 혹독한 대가를 치르거든. 당신이 서 있는 길은 지름길이 아니라 고통의 길이야." p173
"세상이라는 게 그렇잖아. 고수 위에 초고수 있고, 그 위로도 끝이 없지." p185
소설이 끝날 때까지 진짜 얼굴도, 본명도 등장하지 않는 '그림자'는 어릴 때 작가를 꿈꿨던 만큼 책을 좋아해 긴장을 하면 윤동주의 서시를 읊고 평소에는 천명관의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책의 구절을 인용해 대화를 합니다. 덕분에 그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인상적이며 깊이있습니다.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소설의 모든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그는 분명히 사람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 킬러이기때문에 보통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악인이지만 소설 속에서 작중 빌런들의 대화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무협'식 표현을 빌려 쓰면 낭만가득한 무림을 살아가는 정사 중도의 낭인 협객처럼도 느껴집니다.
소설은 피해자 박기태를 제외하면 선한 사람이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피카레스크 느와르 장르인데요. 그런만큼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극을 이끌어나가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을 정도로 입체적이며 매력적입니다.
그림자를 뒤쫓는 전직경찰 권성호부터시작해 아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더 큰 범죄도 불사하지만 한 때 시인을 꿈꿨던 만큼 낭만넘치는 진경백은 그 중에서도 더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디테일이 살아있어 세밀하게 표현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속도감있게 전개된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정말 과장없이 지루한 페이지 하나 없이 한번에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페이지까지 몰입해서 단번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 악인들이 가득한 피카레스크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도 의와 협이 느껴지던 사람냄새 가득한 소설 미스터 쉐도우.
읽는 동안안 답답함 없이 속도감있게 쾌감을 선물하는 소설 미스터 쉐도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크게 공감하는 대화도 마지막으로 하나 소개하고 싶네요.
대표님도 무협지를 좋아하십니까?
그걸로 청장이랑 친해졌지. 김용한테 노벨 문학상을 주지 않은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야.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