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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평점 :

제이슨 르쿨락의 블라인드 웨딩을 읽었다.
사실 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로 입문해서 항상 '일본의 미스터리야 말로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최근에는 읽는 일본이 아닌 국가에서 출간된 소설마다 기대이상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어 미스터리 장르의 출신 국가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 블라인드 웨딩은 나의 그러한 노력에 대한 최고의 결과였다.
제이슨 르쿨락의 블라인드 웨딩은 472쪽이라는 두툼한 페이지가 무색하게 다양한 재미있고 익숙한 표현들과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빠른 전개 그리고 매력있는 캐릭터성과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반전이 주는 재미까지 모든 것을 균형있게 갖춘 수준높은 소설이었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을 보다보면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떠오르며 가상의 캐스팅을 무의식적으로 하게되는데 특히나 블라인드 웨딩은 영상화가 진행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 언젠가는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의 시리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읽으며 프랭크 저토스키에는 리암 니슨을, 에롤은 크리스찬 베일을 떠올렸다.
소설 블라인드 웨딩은 '어떤 일'로 딸 매기와 사이가 틀어져버린 아버지 프랭크 저토스키에게 3년만에 딸의 전화가 걸려오며 시작된다.
내가 최대한 매기와 에이든을 도우리라. 이따금 우편으로 100달러 한 장씩 보태주어야지... p39
딸은 자신의 결혼을 알리며 그를 초대하고 나름의 중산층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던 저토스키는 딸의 결혼생활에 나름의 도움을 줄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딸과 결혼할 남자는 에이든, 대기업 캐퍼시티의 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뒤이어 프랭크는 그의 수상쩍은 행동을 느끼며 조금씩 의문을 품게된다.
결정적으로 에이든에게 자신의 조카 돈 태거트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자까지 등장하며 프랭크는 딸을 위해 에이든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매력적이며 몰입감있는 전개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직접 소설을 읽으며 느낄 반전이 주는 재미를 방해할 수 없기에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같은 책을 와이프에게 추천해주고 함께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그 애는 도움을 원치 않아. 이건 영화 테이큰이 아니고, 너는 리암 니슨이 아니야." p323
이 소설의 장점을 간단히 언급하면 첫번째가 문장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는 점이다. 작가가 다양한 문화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한지 소설 속 표현들에는 우리가 아는 다양한 비유들이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로앤오더와 위기의 주부들, 세서미스트리트와 JK롤링까지 저토스키의 독백 속에 등장해 원활한 상상을 돕는다.
두번째는 복선회수에 있는데 매기와 프랭크의 과거의 일들을 비롯해 472페이지에 걸쳐 조금씩 뿌려둔 복선들이 회수되며 반전이 드러날 때의 재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 세번째 요소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의 입체성에 있었는데 소설이 진행되며 등장인물들이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정도는 소설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요소처럼 보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들 뿐이 아니라 주변인물들조차 이야기가 진행되며 입체적으로 변하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태미는 물론 프랭크와 애비게일의 관계도 조금씩 변하는 모습은 소설의 이야기를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확실한 건 이 소설을 통해 제대로 된 반전의 짜릿함을 느꼈고 내가 다음에 읽을 책은 아직 보지 못한 제이슨 르쿨락의 작품인 히든픽쳐스가 될 것이라는 것!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즐거운, 읽는 재미와 미스터리 소설이 주는 반전의 재미까지 모두 잡은 소설 블라인드 웨딩을 크리스마스에 창가에 앉아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