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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의 사투 ㅣ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1월
평점 :

반전의 대가이자 미스터리공장장 나카야마시치리 작가의 표정없는검사 시리즈의 신작 표정없는 검사의 사투를 읽었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다작작가답게 다양한 시리즈물을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코시바레이지 시리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와타세 경부 시리즈,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 시리즈, 비웃는 숙녀 시리즈,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가 있는데요, 이젠 이 대표 시리즈 중에 당당하게 표정없는 검사 후와 슌타로 시리즈를 추가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소설은 일본의 오사카, 평범한 지하철 시기와다역에서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며 시작됩니다. 범인은 자동차를 타고 돌진해 두명의 사망자를 내고 차에서 내려 칼로 노인과 여자 그리고 어린 아이를 잔혹하게 살해합니다.
범행을 저지른 사사키요는 현장에서 체포되고 사건은 일단락되는듯 했으나 곧이어 사사키요의 석방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 '로스트르상티망'의 폭탄테러가 오사카지검을 향해 행해집니다.
"4월 초에 역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학교에 다니는 놈들이잖아요?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사치에요. 그런 사치스러운 놈들을 죽여야 나 같은 낙오자가 세상에 엿 먹일 수 있죠. 저기요, 표적은 제대로 골랐어요. 묻지 마라니 실례되는 소리 좀 하지 마요." p30
사사키요는 자신의 범행을 취업빙하기 세대의 책임을 세상을 향해 묻는 것이라는 괴변을 늘어놓았고 이에 동조하는 듯한 로스트 르상티망의 등장에 사사키요와 같은 세대의 낙오자들이 이에 동조하며 오사카는 거대한 테러의 위협 속에 놓이게 됩니다.
평소 사회에 대한 진중한 시선으로 사회파 미스터리를 써내려오던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취업빙하기에 해당하는 사토리 세대의 묘사는 마치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삼포세대를 떠올리게 해 더욱 몰입감을 높입니다.
공권력을 향한 폭탄테러에 오사카지검은 로스트르상티망에 대한 수사를 표정없는 검사 후와 슌타로에게 지시하며 세번째 후와와 미하루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대로 부경 청사를 나가는가 싶었는데 후와는 위층으로 이동했다. 어디 가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차피 대답을 듣지 못할 테니 입을 다물었다. p109
갓 사무관이 됐을 무렵의 미하루였다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질문했겠지만 지금은 입을 열기 전에 깊게 생각할 줄 안다. 떠오르는 대로 물어 봤자 상대도 해 주지 않을 테니까. p146~147
후와와 미하루의 일방적인 관계도 여전히 남아 웃음을 줍니다. 다만 이제 세번째 소설인만큼 미하루 역시 어느정도 눈치가 생긴 모습입니다.
특히 이미 잘 알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며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잘 쌓아올린 케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시리즈만이 줄 수 있는,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소설을 두배 세배로 즐길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재미들로 가득합니다.
"차장검사님이 부르시는군. 지금 바쁘면 동석하지 않아도 돼." p77
얼핏보면 무슨 재미가 숨어있을지 모르는 이 한 줄의 대사는 표정없는 검사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첫 편에서는 부적취급을 받으며, 표정없는 검사의 분투에서는 고성능 녹음기 취급을 받으며 차장검사와의 면담에 함께 끌려가던 미하루는 이제 무려 바쁘면 동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전작에서 오사카 현경들과 틀어진 사이도 여전히 후와의 수사에 있어 장애물 역할을 합니다.
후와의 일에 개입하고 싶은 듯하지만 공교롭게도 후와의 실적을 돌이켜보면 참견할 여지가 없었다. 유능한 부하는 귀히 여겨지지만 너무 유능한 부하는 미움을 받는다. p205~206
대인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실적이나 검찰 내부의 입지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직 사법의 집행 하나만을 보고 전력질주 하는 후와의 모습은 보통의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후와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강한 대리만족과 쾌감을 선사합니다.
속편은 전작을 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정면으로 박살내버리고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때마다 레전드를 갱신하고 있는 표정없는 검사 시리즈의 최신작 표정없는 검사의 사투를 개성이 살아 숨쉬는 케릭터들로 쌓아올린 서사와 그 끝의 묵직한 반전을 사랑하는 추리소설 팬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직접 만든 세계관의 콜라보를 이미 비웃는 숙녀 두사람으로 멋지게 보여주신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 답게 미코시바 레이지와 후와 슌타로의 정면 승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