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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평점 :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을 읽었습니다.
현대문학 출판사의 핀 장르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다양한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소외된 계층이 겪는 여러 부당한 대우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과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요.
소설 언더 더 독은 SF장르가 줄 수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바탕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 아닌 어둡고 막막한 세계관을 통해 소설을 읽은 뒤 오히려 더욱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지는 그런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분명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이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을 강렬하게 휘저었는데 막상 소설을 덮고 나니 오히려 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런 제게 한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파트가 바로 발문과 작가의 말입니다.
자신이 쓴 글에 해설을 덧붙이는 일이 작품의 미흡함을 공인하는 듯해 부끄럽지만 어떤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썼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p158 작가의 말中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작가의 말을 통해 조금씩 정리되고 풀려가기 시작합니다.
이곳의 노인들은 서로를 향해 얼른 죽으라고 인사하곤 했다. 덕담이었다. 노인들과 스칠 때 마다 나는 얼른 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늙기 전에 죽는 일이야말로 청년으로서 내가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패기였다. p11
소설 언더더독은 편집인과 비편집인의 신분을 통해 세상의 기득권과 나머지 대다수의 사회적 약자를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보통 SF소설을 볼 때 떠올리던 사회의 지배계층은 소수의 우월한 사람들이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을 억압하는 그런 세계관 속에 존재했는데 소설 언더 더 독에서는 특이하게도 태아 유전자 편집 시술을 받지 못한 비편집인이 역으로 극소수에 해당합니다.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편집인은 지능, 체력에 사회적으로 완성된 인성까지 모든 것이 뛰어나면서 심지어 절대다수의 수적우위까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더더독의 편집인들은 우리 세상의 극소수의 기득권층이 아닌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이며 비편집인들에 대한 차별은 보통사람들인 우리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약자들에 대해 보이고 있는 자아비판적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극소수의 비-편집인으로서 한정민이 편집인 노아를 통해 겪게 될 여러 사건들은 그래서 더 처참하고 비참하고 암울합니다.
편집인 노아는 비편집인들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자들을 대상으로 정중하게 존댓말을 사용해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생체실험의 참여를 제안합니다.
이를 비편집인들은 편집인들의 인성마저 자신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요소이지만 사회의 절대적 강자로서 비편집인들의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렇게 때문에 리스크를 공개하더라도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만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정민은 노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스로 결정했던 죽음을 미루지만 이내 겪게되는 다양한 일들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았다가 때로는 그 때 죽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또 모든 것을 잊고 또 새로 기억해나갑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인간성을 기억하고 인간으로 남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미니어처지구와 변종인류 그리고 외계인과 시간가속과 같은 SF적 상상력이 더해져 읽는 재미까지 뛰어납니다.
늦은 밤 짧았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SF소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소설이 던지는 화두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SF적 설정으로 미래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 언더 더 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