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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 가엾게 여기소서 ㅣ 토마토문학팩토리
최난영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8월
평점 :

최난영 작가님의 미제레레를 읽었습니다.
소설 미제레레는 강렬한 표지로 시선을 먼저 사로 잡는데요.
녹말이쑤시개와 사람모양의 토퍼 그리고 걸신들린 듯 딸기생크림케이크를 먹는 여자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여자의 팔에는 가엽게 여기소서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가엽게 여기라는 성가의 첫 머리구절입니다.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목이 턱 막힌 듯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된 영음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떤 의사가 살펴봐도 아무 문제가 보이지 않는 영음의 몸은 결국 무당을 통해 그 원인이 밝혀집니다.
영음이 먹지 못하는 이유는 영음의 집에 들어와 함께 지내다 열여덟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미녀의 원귀때문이라고 밝혀집니다.
소설의 1장 방술은 그런 영음의 몸에 붙은 한미녀의 원귀를 떼어놓기 위해 용한 무당 홍보살을 통해 7일 밤낮의 굿을 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영음은 그 말을 전해 들을 때마다 눈앞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울컥대며 뱉어내던 피, 그리고 빠져버린 여러 개의 치아. 홍 보살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말았을 거라고 영음은 짐작했다.
소설 미제레레는 굿을 하는 과정을 매우 생생하게 표현하는데 마치 최근에 흥행한 오컬트 영화 파묘의 한장면이 떠오를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1장의 굿 장면을 시작으로 이 소설 미제레레에 빠져들어 그 자리에서 마지막 8장까지 한번에 읽게 됩니다.
-오독. 오독. 오도독.
영롱한 색상과 더불어 그 식감마저 경쾌한 녹말 이쑤시개! 이건 기적과 같은 우연과 수많은 고통이 더해져 찾아낸, 자신의 식욕에게 바치는 먹이였다. -p74
영음의 굿은 결국 실패하게 되고 그 이후로 영음의 힘겨운 삶은 시작됩니다.
다른 무당을 통해 찾게 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녹말 이쑤시개'로 식욕을 달래며 수액을 통해 꼭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영음은 남들이 보기에는 비쩍마른 기이하고 괴상하며 흉측한 외모의 이쑤시개같이 말라비틀어진 여성이 됩니다.
-'저 남자는 반두라 때문에 미친게 아니에요. 저 때문이라구요!
그래서 연애는 커녕 일상생활도 제대로 살지 못해 평범을 동경하게 된 영음은 우연히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 잠시나마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 그녀는 다시 음식의 맛을 알게되고 이제 먹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갈구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영음의 뒤틀린 욕망은 영음의 삶을 주변부터 하나씩 망가뜨리기 시작합니다.
소설 미제레레는 제목의 뜻을 제가 예측한 것과 다르게 결국 먹지 못하게 된 영음을 가엽게 여기지 않습니다.
소설 미제레레는 영음과 관련된 돌고도는 원한과 절대 사라지지 않는 원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제레레는 장르문학으로서의 재미에 충실합니다.
갑작스럽게 흥행한 영화 파묘의 붐으로 장르문학계에서도 오컬트에 대한 붐이 일고 있는데 미제레레는 원인불명의 이유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현상을 무당들과 현대의학 그리고 사이비기도원 심지어는 식이장애전문치료센터라고 불리는 무속과 현대의학 사이의 애매한 그 어떤 것 까지 등장해 오컬트의 장르적 재미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소설을 덮고나면 느껴지는 씁쓸한 여운까지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등골서늘한 오컬트호러소설 최난영작가님의 미제레레를 추천합니다.
해당 후기는 토마토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