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서서히 기울어가는 여름의 대기 속에 얼마간 명료한 기운이 서립니다. ‘그림 같다‘는 말을 화가들이 ‘그리기 쉽다‘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그림 같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명료함은 붓으로 그려내기가 무척 힘들 테지만, 그럼에도 붓을 멋지게 놀려 훌륭하게 그려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색이 이처럼 마법같은 광채를 내고 이처럼 보석 같은 힘을 가진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또, 그림자가 지금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흐릿해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식물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꽃, 나무, 풀 모두가 가을의 기운을 머금고 있을 뿐 가을의 현란하고 강렬하고 환희에 찬 색들을 아직 본격적으 - P57

로 펼쳐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색채를 띤적이 없습니다.
지금 정원에는 1년 중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여전히 빨간 석류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여기저기 달려 있고, 달리아와 과꽃, 그리고 매력적인 붉은 푸크시아까지 보입니다.
그러나 늦여름과 초가을의 다채로운 색을 대표하는 꽃은 역시 백일홍입니다! 요즈음 늘 이 꽃을 꺾어 방에 꽂아둡니다. 꽤 오래가는 편이라 싱싱할 때부터 시들 때까지꽃이 변해가는 모습을 행복하고 호기심 어린 눈길로 한없이 지켜볼 수 있습니다. 방금 꺾은 다양한 색깔의 백일홍다발만큼 건강하고 강렬하게 빛나는 꽃은 없습니다. 백일홍은 빛을 받아 더욱 강렬해지고 현란한 빛깔을 뿜어냅니다. 진하디 진한 노랑과 주황, 쾌활한 빨강, 신비로운 짙은보라∙∙∙∙∙∙. 순진한 시골 처녀의 리본이나 일요일 나들이옷을 닮았습니다. 이 강렬한 색들을 원하는 대로 나란히 늘어놓아도 뒤섞어놓아도, 꽃들은 늘 황홀하게 아름답고,
강렬하게 빛나고, 아주 조화롭고,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를 자극하고 돋보이게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당신에게 새로운 것은 아닐 테지요. 백일 - P58

홍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인 척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나의 백일홍 사랑을 말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은 벌써 오래전부터 나를 사로잡은 가장 편안하고 가장 반가운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감정이 어느 정도는 노쇠했겠지만 절대 약해지지 않았고, 특히 이꽃이 시들 때 더욱 강렬해집니다! 꽃병 속에서 서서히 빛이 바래 죽어가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죽음의 춤을 체험하고, 삶의 무상함을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중히 받아들입니다. 가장 무상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며 가장 사랑스러운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이여,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 꽃병에서 시들어가는 백일홍을 한번 관찰해보세요! 그 후로도 며칠 더색이 바래가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백일홍을 날마다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싱싱할 때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고 황홀하던 색이 섬세해지고 지쳐 아주부드럽게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틀 전만 해도주황색이던 꽃이 이제 노란색으로 변하고, 이틀 후면 얇게청동을 입힌 듯 회색이 됩니다. 쾌활한 농부를 닮은 청적색은 그늘에 가린 듯 서서히 창백해집니다. 지친 꽃잎 가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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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나는 슬픔 없이 그들을 생각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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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작아졌지만 충만함은 작아지지 않았고
...
모든 소유는 구속이었고, 모든 이해는 포기였으며, 모든 포기는 미소와 생각 안에서 미화되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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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내면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는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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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숨을 멈춘 채 그를 바라보며 어떤 대답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렸다. 그가 말을 하려고 애쓰는 것이보였다.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비통의 바다에서 그를 구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그녀가 그에게 안겨 주었던 고통에 대한 보상이 되리라. 그의입술이 꿈틀거렸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의식 없이 회칠한 벽을 응시했다. 그녀는 그 위로 몸을 굽히고서 그의 말을 들으려고 했다. 그때 그가 또박또박 말했다.
"죽은 건 개였어."
그녀는 돌로 굳어 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납득이 가지 않아서 두렵고 혼란스러운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 - P261

"월터는 상처 받은 가슴 때문에 죽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워딩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그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단호했다.
"죽은 건 개였다. 그가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요? - P271

18세기 영국 작가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시 「미친 개의 죽음에 관한 애가(Elegy On the Death of a Mad Dog)」를 일컫는다. 어떤 마을에 사는 남자가 잡종개를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어느 날 그 개가 남자를 물자 사람들이 미친 개에 물린 남자가 죽을 거라고 법석을 떨지만, 남자는 상처가낫고 정작 개가 죽었다는 내용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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