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는 가까이 있는 빌딩을 둘러보았다. 빌딩마다 창들이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외삼촌에게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창문이 모두 코페르 쪽으로 쏠려 있는 것 같았다. 창문 유리는바깥에서 희미한 빛을 반사하며 돌비늘처럼 빛나고 있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보고 있는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코페르는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 눈에 자기 모습이 어떻게비칠지 상상이 되었다. 멀리 쥐색 빛으로 뿌옇게 흐려 보이는 7층 건물. 그 옥상에 서 있는 작은, 아주 작은 사람 모습! 코페르는 기분이 묘해졌다. 누군가를 보고 있는 나, 누군가가 보고 있는 나, 그것을 깨달은 나, 멀리서 이곳에 있는 나를 보고 있는나. 코페르는 여러 가지 상상이 마음속에서 한데 겹쳐지자 어지러워졌다. 코페르는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엇인가가 코페르를 흔들고있었다. 코페르 앞에 펼쳐져 있는 도시에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바닷물이 차올랐다. 어느새 코페르는 바닷물 속의 작은 물방울이 되었다...... -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