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마음으로 잔인한 짓을 한 것이다. - P129

"오지언이 여기서, 거기 화로 앞에서 나에게 옛 언어의 단어들을 가르쳤을 때, 그것들은 그의 입속에서만큼이나 내 입속에서 쉽고도 어려웠어요. 그건 흡사 내가 엄마 뱃속에서 쓰던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았죠. 하지만 그 나머지, 옛 가르침과 힘의룬 문자들, 주문, 규칙, 힘을 일으키는 것들은 모두 나에게 쓸모없는 것이었어요. 누군가 다른 이의 언어였던 거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어요. 나는 창과 칼, 깃털 장식이랑 온갖 장식품으로 치장한 전사처럼 차려입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안 어울릴거야. 그렇지 않겠어? 내가 그 칼로 뭘 하지? 그게 나를 영웅으로 만들까? 나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 사람이 될 거고, 그게다야. 걷기도 힘들 거라고."
그녀는 포도주를 조금 홀짝거리고 다시 말했다.
"그래서 난 그걸 벗어 버렸어요. 그리고 내게 맞는 옷을 걸쳤지요."
"당신이 떠났을 때 스승님이 뭐라고 하셨소?"
"오지언이 보통 뭐라고 하셨던가요?"
이 말에 그 그늘진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뜸을 들였다가 그녀는 좀 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분이 나를 돌본 건 당신이 데려다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 - P149

왜 그런지는 몰라도 테나는 뭔가 함정이 있다는, 올가미가 죄어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매의 연약함과 힘을 잃은 무력감에물든 것이다.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평범한 아낙네이고 중년의가정주부인 자신의 겉모습을 방어물로 이용했다. 그러나 그것이 겉모습뿐일까? 그녀의 모습은 사실 그대로였고, 이러한 문제는 마법사들의 변장이나 모양 바꾸기보다도 더 미묘한 것이었다. 테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 P158

"그는 결코 너를 건드리지 못해, 테루. 내 말을 이해하고 나를믿으렴. 그는 다시는 너한테 손 하나 까딱 못해. 내가 너랑 있는한, 나를 없애지 않는 한 다시는 너를 못 볼 거야. 알겠니, 내 귀엽고 소중한 예쁜아? 너는 그를 겁낼 필요 없다. 그를 겁내면 안돼. 그는 네가 자기를 무서워했으면 해. 그는 너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거야. 우린 그를 굶길 테다, 테루야. 그가 자기 자신을먹어 치울 때까지 굶길 거야. 자기 양손을 뼈까지 집어삼켜 숨통이 콱 막힐 때까지 말이야....... 아아, 내 얘길 그냥 들으렴. 난그냥 화가, 화가 났을 뿐이다.…………. 내가 빨갛니? 지금 곤트 여자처럼 빨개? 용처럼, 빨갛니?"
테나는 우스갯소리를 하려고 애썼다. 그러자 테루가 머리를들어 올리고, 찌부러지고 떨리며 불에 먹힌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빨간 용이에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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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드는 웃음기 없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순전히 그녀를 알아 본다는 의식만으로 말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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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에 더 가깝겠지. 본다는 건 설명하자고 하는 얘기예요. 내가 아씨를 보는 것이나 이 풀을 보는 것, 저기 산을 보는 - P87

것과는 다르다. 그건 아는 거예요. 아씨에게는 있고 머리가텅빈 저 딱한 히스에게는 없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알잖우? 나는 그 귀여운 아이에게는 있고 저쪽에 있는 남자에게 없는 것이무언지도 알지요. 나는 안다우, 그게......"
이끼는 더 이상 말을 펼치지 못했다. 그녀는 웅얼거리다가 내뱉듯이 말했다.
"머리핀만 한 가치밖에 없는 마녀라도 다른 마녀를 알아본단말이우!"
이끼는 답답하다는 듯 마침내 이렇게 툭 털어놓아 결론을 지었다.
"당신들은 서로를 알아보는군요."
이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예요. 바로 그 말이우. 알아본다는 거지."
"그리고 마법사는 아줌마의 힘을 알아볼 테고요, 아줌마가여자 마술사라는 걸......."
그러나 이끼는 테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거미줄처럼 뒤엉킨주름살 속에서 검은 동굴이 입을 벌리는 것 같았다.
"아씨, 그 말은 남자가, 그러니까 마법의 힘을 지닌 남자가 알아보느냐는 건가요? 힘을 지닌 남자가 뭐 하자고 우리를 신경쓰겠우?"
"그러나 오지언은......."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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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의 힘, 그 검이 지닌 세월이 모두 그의 편이었다. - P292

그 눈 속으로는 세월이 겹겹이 층지어 깊이를 더했다. 세계의 여명이 그 속 깊숙이에 있었다. 그 눈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아렌은 눈이 충심 어린 온화한 웃음을 띠고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았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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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속에 있다. 얘야, 우리들 마음속에 있어, 배반자인 자아지 ‘난 살고 싶어, 내가 살 수만 있다면 세상 따윈 불타버리라!‘ 하고 외치는 자아란다. 우리 속에는 작은 배반의 영흔이 있다. 사과에 든 벌레처럼 어둠 속에 숨어 있지. 그러면서우리 모두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열마 안 돼. 바로 마법사와 술사들이지. 노래꾼들, 무엇을 만드는사람들. 그리고 영웅들, 진정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대단한 일이 아니나. 영영토록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말이야. 그럴싸해 보이지않느냐?"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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